- [제232호, 8월 1일] 학부제, 1년동안 교양 공부한 뒤 전공 선택 학과제는 1학년때부터 전문적 전공학습 기회 진로교육 / 학부제? 학과제? 선택 고..
[제232호, 8월 1일]
학부제, 1년동안 교양 공부한 뒤 전공 선택
학과제는 1학년때부터 전문적 전공학습 기회
진로교육 / 학부제? 학과제? 선택 고민되네
"네 실력으로 갈 수 있는 학교들이야." 선생님이 학교 두 곳을 콕 찍어준다. 학부모와 자녀는 두 학교를 놓고 고민한다. 여러 면에서 비슷한 조건인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보인다. 한 곳은 신문방송학과이고 한 곳은 언론정보 전공, 방송영상 전공 등이 있는 언론정보학부다.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
학부제에 대해 궁금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지금의 학부모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에는 거의 모든 학교가 학과제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생물학과가 자연과학부, 정치학과가 사회과학부 안에 들어가 버리니 학부모들은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 묻는다. 얼마 전 주요 사립대들이 2010년부터 학과별 모집제를 시행할지에 대해 논의한 것을 보면 앞으로 학부제와 학과제가 학교별로 혼용 운영될 것도 예상된다. 그만큼 학부제와 학과제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부제는 1990년대 초반, 학문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경쟁력 있는 인력을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국어국문학과·영어영문학과·사학과·철학과 등을 인문학부, 화학과·생물학과·물리학과 등을 자연과학부, 사회학과·정치외교학과 등을 사회과학부 등으로 묶고 그 안에서 1년을 공부하게 한 뒤 2학년 때 학부 안에서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학부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전공 선택의 여유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부제 아래서 전공 탐색을 하고 여러 요인을 고려해 전공을 결정하게 된다. 성균관대 손동현 학부대학 학장은 "특히 고등학교 때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못하고 진학한 학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고도 말한다.
결국 신문방송학과와 언론정보학부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간단하다. 전공 분야를 정했다면 학과제 학교로 가면 될 일이다. 계열 수준의 테두리에서 진로 결정은 했으나 전공 선택에 두려움이 남아 있다면 학부제로 가면 될 일이다. 연세대 교무처 쪽은 "별 뜻 없이 학과제로 가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이럴 경우엔 학부제를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학부제는 기초교양을 가르친다는 본래 대학의 목적과 맞아떨어지는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1학년 때부터 전공 분야를 공부하는 학과제와는 다른 성격이다. 특정 계열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교양 지식을 얻고자 하는 학생들이라면 학부제 학교 선택을 고려해볼 만도 하다. 학부제보다 더 넓은 단위(인문사회계열, 자연계열)의 자율전공부를 운영하는 경북대 박병구 기초교육원장 겸 자율전공부장은 "학부제 안에서 1학년 때 계열 안에서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학문 사이 교류가 되고 통합적 접근도 가능하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2학년 때 전공 선택을 하게 되므로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면학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장점도 말한다. 단, 현재로선 이 경쟁의 목적이 적성에 맞는 학과로 진학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기 학과로 진학하려는 데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학부제의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이런 배경에서 학부제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겐 소신이 필요하다. 학부제에서 보내는 일 년의 시간이 돈 되는 전공을 '따내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전공 분야를 탐색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연세대 인문학부에서 올해 국어국문학과 전공을 하게 된 2학년 김승용씨는 "전공 분야를 늦게 찾더라도 제대로 찾는 게 중요할 텐데 그런 점에선 유예기간을 주는 학부제를 택했다면 이를 잘 이용해야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거나 남들이 다 진출한다는 과를 목표로 하기 보단 이 시간을 잘 활용해 학문적 적성을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물론 학부제에 대한 학교 쪽의 소신도 필요하다. 실제로 경북대, 성균관대, 한동대 등은 1학년 학부 때 학생들에게 대학 강사 등을 멘토로 정해주고 적성에 맞는 전공 탐색을 하도록 조언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4년 동안 학부대학을 운영해왔고 앞으로도 학부제의 성과를 짚어보면서 학부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인 성균관대 쪽은 "학부제를 하려면 대학 쪽도 인문적 소양을 길러준다는 본래 목표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며 "1학년 때 커리큘럼 자체를 철학과 커리큘럼이 아니라 철학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어떤 학과 학생들이 들어도 쓸모 있는 교양교육이 되도록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 선택 잘 못하겠다면 '자유전공학부'로
서울대·연세대 등 '융합 학문' 전공자 선발 계획
각 대학들의 학과제 검토 논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내용이다. 자녀의 학부학과 선택이 명확하지 않다면 자유전공학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자유전공학부(자율전공학부)란 여러 학문 분야를 연구해 기초교양을 다지게 한다는 서양의 칼리지(college) 개념을 살린 것이다. 학생들이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예술 등 특정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학문'을 공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실제 아주대의 경우는 올해부터 의학전문대학원·간호학부 등을 제외하고 자유전공학부 운영에 들어갔다. 현재로서 자유전공학부를 만들 예정인 학교들 가운데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를 받은 학교들이 많다. 기존 법과대학 폐지로 나오는 잉여 정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대는 2009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설립해 신입생을 받을 계획이다. 4년 내내 전공을 정하지 않고 공부하다가 졸업 때 전공을 2개 이상 정할 수 있는 형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정원은 나오지 않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나오는 법대 잉여정원 90여명을 포함해 교육부의 정원 조정 결과에 따라 최대 17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고려대도 학생 스스로 교과과정을 짜서 자유롭게 수업을 듣는 형식의 학부대학
(가칭 인촌학부) 설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세대도 2010년에 개교할 송도캠퍼스에서 법대 잉여 인원을 활용해 자율전공제 운영을 검토하는 중이며 경희대도 서울캠퍼스에 정원 100명이 넘는 자유전공학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융합 학문'을 표방한 자유전공학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양의 칼리지 개념의 부분적인 도입은 명목이 되고 결국 또다른 인기학과로 변질될 여지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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