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2호, 8월 1일]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스페인 여행의 목적 몇 가지만 대라고 하면 나는 주저 ..
[제232호, 8월 1일]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스페인 여행의 목적 몇 가지만 대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투우와 플라밍고, 알함브라궁전 보고 느끼기 & 지중해 음식으로 포식하기를 든다. 또 거기다 돈키호테와 피카소와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 여행은 정말이지 1년여 간을 벼르고 벼르다 작정을 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기 싫다는 후배녀석을 후두려 깨워서는 밖으로 몰고 나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걷고, 차타고, 기다리고, 또 다시 걷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저녁 먹을 곳을 찾아 또 무작정 걸었다. 밤 9시는 돼야 해가 지는 스페인에서 이렇게 밥 먹을 곳을 찾다 찾다 간신히 찾아내 들어가면 밤 10시에 가깝고, 또 제대로 이름 있는 곳은 홍콩에서처럼 줄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다.
그나마 바로셀로나에서는 운이 좋았던지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엘 꽈뜨레 가츠(4 Cats)」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아니 운이 좋다기 보단 길만 나섰다 하면 반대편으로 가던 길잡이 후배가 이젠 '방향설정을 제대로 한다'가 정답이다.
어둠이 바로셀로나 시내를 감쌀 무렵 천근만근이나 되는 몸을 이끌고 드디어 네 마리 공양이 카페앞에 섰다. 가슴이 떨린다. 이곳이 엘 꽈드레 가츠구나... 젊은시절 피카소가 그토록 사랑하던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하다.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그들 모두 벽면 가득 장식돼 있는 피카소의 그림을 감상하느라 지루한 줄 모른다.
1897년 6월 12일 처음 문을 연 「엘 꽈뜨레 가츠(4 Cats)」, 마치 피카소가 삐걱대는 문을 쓱 열고 들어올 것 처럼 이곳은 피카소의 분위기가 제대로 나는 곳이다.
가난했던 피카소의 예술을 사랑했던 카페 주인이 피카소를 위해 첫 전시회를 열여 줬던 곳이고, 젊은시절 내내 이곳에서 그 당시 활동했던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남의 장이었던 곳. 이곳이야 말로 예술의 전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후 직원이 나와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준다. 음악인들의 즉석에서 나와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부르는 홀 안의 자리로 가고싶었지만 그곳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바깥쪽에 앉아 메뉴판을 받아든다. 이 메뉴판의 그림도 피카소가 직접 그려줬단다.
실내 인테리어와 백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곳의 시대감이 묻어 있는 곳들 때문에 피카소 생각이 더 간절해 진다.
메뉴에 스페니쉬어 영어가 함께 적혀 있어서 주문하기가 어렵지 않다. 나는 새끼양 다리한 쪽, 후배는 오늘도 삶은 문어요리를 시킨다. 스페인에 머무는 내내 문어요리만 줄기차게 먹어대는 후배녀석 입에서 시커먼 먹물이 주르르 흐를 것 같다.
음식맛은 글쎄, 그리 훌륭하다고 할 수 없겠으나 19세기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풍스런 레스토랑에 와서 100여전 전 그 시대를 넘나들며 젊은 시절 피카소를 만나고 느끼는 이 시간, 우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홀에서 흘러나오는 즉석 바이올린 연주와 피아노 연주에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오늘을 사랑하고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이 시간, 달가닥대며 접시를 스치는 나이프와 포크 소리마저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아, 난 이래서 스페인이 좋다. 아~ 스페인!!
「엘 꽈뜨레 가츠-Els Quatre Gats(4 Cats)」
http://www.4gats.com/web.html
주소 : caffer montsio 3 bis
전화번호 : 93-302-41-40
오픈시간 : 오전 8시~새벽 2시
가는방법 : 지하철 3호선 까딸루냐(Catalunya)역
<계속....글·사진 : 로사 rosa@weeklyhk.com>
* 대한항공은 인천~마드리드 구간 직항편을 주3회(월, 목, 토)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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