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백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에서 음식을 팔고 있다. 오래된 벽과 계단은 옛 건물 그대로지만 건물 안은 영국에서 직수입해 온 감각적인 가구로 꽉꽉 들어차 있다. 동서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의 이곳은 요즘 홍콩에서 가장 핫한 레스토랑 중의 하나인 pawn 레스토랑이다.
pawn 레스토랑에 발을 처음 들여 놓으면서 필자는 마치 오래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888년부터 전당포 건물이었던 이 곳은 당시 1층은 영업을 했던 곳이고 2층은 살림을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식민지풍의 발코니와 하얀 기둥을 그대로 재현해 올든홍콩의 분위기가 확실히 살아난다.
2층의 리빙룸과 3층의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다르고 메뉴도 다르다. 2층이 간단한 식사류를 팔고 있다면 3층은 정찬에 적합한 곳이다.
저녁 때 간단한 한 잔을 위해 바(Bar)만도 이용할 수 있지만 이 레스토랑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 있는 디너를 추천한다.
예약은 물론 필수이며, 식사 메뉴로는 주로 브리티쉬 쿠진 쪽을 추천하고 싶다.
2층의 리빙룸은 공간마다 다른 스타일의 가구가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차이니스와 웨스턴의 오묘한 조화가 신선하다. 다양한 의자들은 한번쯤 모두 앉아보고 싶을 만큼 편해 보이고 공들여 고른 느낌이 전해진다.
유명 디자이너의 프렌치풍 벽지에서부터 리프트의 낡은 벽까지 예사롭지 않은 건 하나도 없으며, 마치 보그 패션잡지의 배경으로도 완벽할 만한 세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메인 셰프는 이 레스토랑을 위해 4개월 전에 영국에서 왔다는 David Tamlyn이다. 큰 키에 코 끝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진지한 모습에서 요리를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홍콩에 온 지 얼마 안됐는데 혹시 한국음식은 먹어봤느냐고 묻자 이미 서라벌에서 갈비를 먹어봤단다.
셰프가 영국인이므로 피쉬 앤 칩스와 스티키 토페 푸딩을 트라이해보았다. 피쉬 앤 칩스는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고 가끔 레스토랑 리뷰에 "음식 맛은 별로다"라는 평이 있었으나 내가 간 그날의 식사는 먹을만하다는 수준이었다.
식후의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스티키 토페 푸딩'은 정통 영국식으로 달콤하면서도 폭신한 질감에 다 먹을 때까지 푸딩이 따뜻해 끝까지 흐뭇한 맛이었다.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너츠가 씹히는 따뜻한 토페, 진한 카라멜 소스의 환상적인 조화는 동서양이 하모니를 이룬 이 레스토랑의 컨셉을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일반 식당에 비해 널찍하고 수준 있는 인테리어에 서빙하는 직원 역시 영어가 능숙하고 분위기 또한 프로페셔널한 pawn 레스토랑은 특별한 사람과의 스페셜 디너를 위해서 조용히 킵하고 싶은 그런 식당이다.
와인과 정식디너를 할 경우에는 1인당 기본 400달러 이상은 예상해야 할 만큼 고가의 식당이지만 간단한 애프터눈 티나 런치는 부담없는 가격에 트라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싸도 디너를 권하고 싶은 이유는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는 발코니에서의 뷰 때문이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발코니에서 100년 전에도 다녔을 그 트램을 보며 올든홍콩을 만날 수 있는 그 시간. 당신이 바로 오늘 이 시간 홍콩에 산다는 이유가 근사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THE PAWN
주소 : 62 Johnston Road, Wanchai
전화 : 2866 3444
영업시간 : 12:00~15:00 (런치) / 18:00~23:00 (디너)
추천메뉴 : 베지테리안 리조또, 스코티쉬 에그, 스티키 토페푸딩
가격 : 메인 요리는 150~200불 내외, 각종 디저트는 75불
맛 : ★ ★ ★
분위기 : ★ ★ ★ ★ ★
<글·사진 : 홍콩레디 (sd34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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