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술시장의 약진에 힘입어 한국 작가들의 세계 시장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작가의 경우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에서 추정가의 서너 배를 가뿐히 경신하여 낙찰 되는 등 세계 시장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미술품이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파급된 미술품 구매열기는 미술시장의 수요를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화는 여타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근대 서양화의 도입 이후 한국화단에 고질적으로 뿌리박힌 ‘서양화/한국화’의 이분법 구조가 불러온 현상으로 열세에 몰린 한국화는 구세대를 답습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젊은 한국화가들을 중심으로 한국화의 미학적 가치를 고찰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고 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작가 중 한 명인 ‘임택’은 한국화가 가진 풍부한 주제
를 살려내는 동시에 한국화를 지필묵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해석해 낸 독창
적인 작품세계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ㆍ유럽 등지에서 주목 받고 있다.
임택은 평면 속에서의 ‘산수’를 입체로 ‘옮겨’옴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 속의 공간을 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그 공간을 유람하는 관객의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재구성해낸 임택의 디지털 작
업 ‘옮겨진 산수 유람기’ 시리즈는 관객과 작가, 그리고 작품 사이의 경계, 그리고 대립항의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담긴 일종의 기록이다. 그는 전통에서 주제를 빌려와 이를 현대인에게 친숙한 매체인 디지털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대중으로 하여금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회화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화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시도는 ‘전통과의 연속성’의 유무라는 맥락에서 논의되어왔다. 많은 화가들이 한국화의 전통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렸을 때 임택은 오히려 전통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매체를 적극 이용했다. 그는 전통에 뿌리를 둔, 묵직한 감수성을 현대인에게 친숙한 매체를 이용해 풀어내고 있기에 그의 작품은 거스름 없이 융화되며,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서구중심의 미학적 논리가 지배해 온 한국화단에서 서양화의 그늘에 가린 한국화는 전통의 답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맞물리는 미술시장의 유동적 흐름을 파악하거나 갈수록 국제화되는 미술계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한국화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임택을 비롯한 한국의 신진작가들은 지난 세기동안 면면히 이어온 한국화의 자생력을 잇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나감으로써 한국화를 하나의 새로운 경향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금번 홍콩 신화갤러리에서 열리는 임택의 개인전 ‘옮겨진 산수 유람기’를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작가소개>
한국화가 ‘임택’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중앙미술 대전을 수상하였으며 ‘옮겨진 산수 유람기’ (신화갤러리, 홍콩), ‘동풍’ (관훈갤러리, 서울), ‘玄에대한사색’ (공평아트센터, 서울), ‘Creation Anatomy’(경기도미술관, 안산), ‘Future is Haje’(아쉔부르크미술관, 독일), ‘과거와 현재, 그 사이’(광주시립미술관, 광주), ‘다이나믹 라이프’ (올림픽미술관, 서울) 등 국내외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및 덕성여자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글 : 이세진 (독립큐레이터)>
<전시안내>
전 시 명 : 옮겨진 산수 유람기
주 최 : 신화갤러리 홍콩 (www.shinhwagallery.co.kr)
초대작가 : 임 택
전시기획 : 독립큐레이터 이세진
전시일정 : 2008년 10월 17일 - 11월 15일
초대일시 : 2008년 10월 16일, 오후 6시 신화갤러리
전시장소 : 신화갤러리(G/F 32 Aberdeen St. Central)
전시문의 : 2803 7960 / info@shinhwa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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