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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레디의 쁘띠홍콩 - 제 12 편. 스피디한 도시를 벗어나 70년대로 떠나는 여행. 연향루(蓮香樓)와 그라함(Graham) 스트리트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8-11-06 18:49:05
  • 수정 2009-06-19 10: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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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44호, 11월7일
신세대 핸드폰의 기능은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곱게 접어 보내던 인사 편지조차 고풍스럽게 간주되는 요즘, 변함없는 인테리어로 그 자리에서 오랜 세월 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을 만나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센트럴의 웰링턴 거리의 연향(蓮香) 티하우스는 1926년도에 문을 연 이래 근 80여 년 동안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겸하면서 성업 중에 있다.

1층에서는 각종 웨딩 답례품 쿠키류를 판매하고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시장 한복판에라도 온 듯 북작이는 얌차집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은 청결하지도 않고, 영어도 잘 통하지 않으며, 늘 사람이 많아서 합석은 당연하다. 게다가 음식 맛을 최고라고 얘기할 수도 없는 곳이다.


그런 이곳이 대체 왜 이렇게도 유명한 것일까?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냥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선문답 같은 답을 한다.

두꺼운 여행책자를 끼고 온 서양 관광객들도 군데 군데 눈에 띄며 그들도 합석을 위해 여기저기 자리를 기웃거린다.

조용한 대화는 불가능할 정도로 소란스럽고, 주문도 각자 알아서 딤섬 수레를 찾아 다녀야 할 만큼 산만하다. 그러나 전통을 그대로 얘기하는 듯, 낡은 포트에 가득 담겨 서빙되는 다양한 중국차에는 오리지널리티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각종 딤섬은 40-100불대. 레스토랑 추천 메뉴로는 오리요리와 멜론 스프이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으니 알아서 눈치로 주문해야 한다.

여기 올 때는 당신의 핀힐과 샤방거리는 원피스는 옷장에 넣어두고 마켓스타일 수준의 옷차림이 필요하다. 동그란 의자는 불편하고 바닥은 미끄럽고 지날 때 마다 사람과 부딪치기는 다반사이다. 핸드백 놓을 때도 없어 꼭 쥐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와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모두들 여기 자리를 잡고 얌차를 한다는 사실에 만족해 보이며, 고급 얌차 집의 엘리건트한 애티튜드와는 달리 생동감이 넘치고 라이브하다.

벽에 걸린 벽시계와 천장에 빙빙 돌아가는 선풍기, 실내 온도계, 각종 포스터와 주문서, 심지어 과자를 담아주는 누런색 얇은 포장 종이까지 70년대 풍의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

뜨거운 물을 리필해 주는 양은 주전자에서도 70년대의 포스가 전해오며, 쿠키를 담아주는 빨강색 틴 박스에서도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당신의 이런 시간여행에 잠시 몸담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업시키기 위해 근처 그라함 거리에서의 짧은 산책을 추천한다. 연향 티하우스는 영업을 계속하지만 그라함 거리의 마켓은 곧 없어진다.

작지만 이것저것 파는 로컬 홍콩 마켓거리인 이곳도 슬슬 재개발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의 피맛길이 없어지듯 홍콩에서도 이런 오래된 추억과 애환의 거리가 없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거리도 곧 고층빌딩으로 변하고 나면 골목은 단지 사람들의 대화 속에 흘러가는 전설로만 남을 것이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오래된 향수가 묻은 올든 홍콩의 매력이 하나하나 없어지기 전에 한 번 발걸음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눈에 꼭꼭 담아 두고 싶다.




연향(蓮香) 티 하우스
No. 160 - 164 Wellington Street, Central, Hongkong
Tel : 2544 3284
OPEN : 6:00 - 23:00



<글·사진 : 홍콩레디 (sd34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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