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 보따리를 풀어놨다. 수요자들이 가장 반기는 것은 투기지구 해제로 그동안 돈줄을 조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완화됐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라면 내집 마련 계획을 다시 짜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분양권 시장 까지 활짝 열려 매수자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어떤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까. 기존 주택시장과 재건축 시장, 분양권시장, 신규 분양시장 등 네 가지로 나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다.
◆ 기존 주택 산다면
주택 가격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하락폭이 큰 급매물에는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뉴타운 지분값이나 강북 집값이 30%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북 지역이 추가 하락한다면 용산과 성수동 일대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용산은 개발 호재가 많고, 성수동ㆍ뚝섬 일대는 분당선 연장으로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또 "강남의 경우 압구정동 등 핵심 요지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며 "반등이 시작되면 지역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목동, 분당의 급매물을 추천했다.
박 팀장은 "목동은 교육환경이 좋고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고점 대비 30% 떨어진 급매물은 공략할 만하다"면서 "7억~8억원에서 고점을 찍고 현재 5억원대까지 빠진 목동 89㎡(27평)은 2016년에는 재건축도 가능해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분당은 2010년 신분당선이 뚫리면 강남에서 정자역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5억원 아래로 빠진 105㎡는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 재건축을 산다면
재건축 규제 완화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속속 회수되고 있지만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지속되고 있어 당장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재건축은 일반 아파트와는 달리 배정받을 수 있는 평형과 추가분담금 등을 계산해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저평가 여부를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저평가된 매물이라면 전체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매수해볼 만하다는 지적 이다.
임달호 대표는 "서울 재건축의 경우 용적률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명확해져야 수혜단지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일단 소형 평형 의무비율이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동 일대 중층 아파트의 투자매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봉준호 대표는 재건축 규제가 풀렸지만 초과 이익환수제가 남아 있는 만큼 완공 때까지 갖고 있기 보다는 중간단계에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용적률 상향조정으로 평수가 넓어지고 추가 분담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사업 진척률이 높은 것을 고르는 것이 최선"이라며 "가락시영 등 조합설립 인가가 났지만 추가 분담금 때문에 진척이 안 되는 단지 등은 이번 대책으로 속도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김홍주 내집마련정보사 전무는 "실물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재건축도 반등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락폭이 컸던 잠실 일대 재건축과 강동구 일대 재건축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 분양권을 산다면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분양권이 대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질 전망 이다.
주변 집값이 떨어지자 건설업체에 분양가를 깎아 달라고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를 해달라고 주장했던 분양자들 중 상당수가 손해를 감수하고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봉준호 대표는 "용인, 인천 청라, 화성 동탄 등에서 분양받은 사람들 중 해약희망자들이 많기 때문에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대거 나올 것"이라며 "과거 청약률이 높았지만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분양권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김홍주 전무도 "용인 일대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최초 분양가보다 낮게 나오는 급매물성 분양권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도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나오는 분양권은 잡아볼 만하다고 권한다.
그는 "용인은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거주기간도 없는 만큼 3년만 보유하면 양도세도 비과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분양권 매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 분양을 받는다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규 분양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저렴한 분양가의 아파트에 선별적으로 투자 해야 한다는 조언이 대부분 이었다.
투기지구 해제로 LTV가 집값의 60%로 늘어나고, DTI 규제가 사라진 것은 신규분양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DTI 규제로 인해 상당수 사람이 중도금 대출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봉준호 대표는 "올해 말 판교에 공급되는 푸르지오 그랑빌이 가장 유망한 상품"이라며 "판교아파트 중 가장 입지가 좋고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강남까지 20분에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도 판교 푸르지오 그랑빌을 꼽았다. 동판교역에서 가까운데다 이 아파트가 입주할 무렵이면 주변 기반시설이 이미 완공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투자매력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주 전무는 "신규 분양 역시 미루는 것이 좋지만 실수요자라면 광교 등 유망 청약지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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