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홍콩 독자 여러분께
오늘 위클리홍콩 독자 여러분들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와인”을 소개시켜 줄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특히나 홍콩에 있는 독자들은 한국 와인시장에 큰 장벽인 ‘세금’이란 부담스런 친구 없이 오롯이 와인 만을 소개시켜 줄 수 있기에 그 기쁨이 더 큽니다. 더구나 홍콩은 아시아 와인마켓의 허브로 자리 잡으면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기에 제가 여러분에게 와인을 소개시켜 드리는데 좀 더 마음이 놓입니다.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친구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와인”이란 친구는 처음 만나면 조금은 어려운 친구입니다. 소믈리에인 저도 인정합니다. 저 역시 처음 와인을 접할 때는 서로 어색해하던 기억이 있네요. (어떻게 오픈해야할 지 몰랐거든요.) 하지만 와인의 매력은 4차원 이상으로 뚫려있어서 만나면 만날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단지 처음이 어려울 뿐입니다.
우리 함께,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을 떠올려볼까요?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멋있어보여서 배우기로 마음먹었지만, 처음은 참 어렵죠. 삐뚤빼뚤 어렵게 앞으로 나가면서도 넘어질까 봐 아빠를 찾으며 자꾸 뒤를 돌아보던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면 얼굴에 웃음을 번지게 합니다. 그러다 이제 넘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신나게 달리던 기억,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힘차게 밟던 페달의 느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 니다.
와인을 알아가는 일도 자전거타기와 같습니다. 처음엔 자전거 안장 위에 앉기까지가 어렵고, 넘어질까봐 조심스럽지만 그 장벽만 넘어서고 원리만 알게 되면 즐기게 됩니다.
와인도 처음 맘에 드는 와인을 고르고 주문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실수를 넘어 서고 익숙해지다 보면 자전거 타기보다 더 즐거운 것이 와인 입니다. 와인은 사람과 같아서 수천수만의 종류가 있고, 시간이 지나며 성숙해지며, 시간과 장소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살아있는 술이기 때문이지요. 그 중 자신의 구미에 딱 맞는 와인을 고른다면 평생 함께하는 든든한 친구를 얻은 것과 다름 없습니다.
와인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가지고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승산이 있습니다. 제가 뒤에서 열심히 잡고 있을 테니 와인에 대한 관심만 가지고 앞으로 나가면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제 친구 와인을 소개시켜 드리 겠습니다. 오늘은 와인의 정의와 뜻부터 살펴볼 텐데요. 와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을까요?
와인이란 말은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습니다. 포도나무로 부터 만든 술이라는 뜻을 가진 ‘비넘(Vinum)'이란 단어가 기원이 되어서 이태리의 비노(Vino), 프랑스의 뱅(Vin), 독일의 바인(Wine), 미국과 영국의 와인(Wine)까지 다양한 언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모두 다 포도주를 뜻하는 말이지만 와인을 포도로 만든 술로만 정의 내기에 그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와인이란 술을 특별하게 만드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포도만을 발효시켜서 만든 과실주”라는 점에 있습니다. 와인에는 포도 이외에 물, 알코올, 설탕 등의 첨가물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포도안의 당분이 포도껍질에 있는 자연효모와 만나서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그러기에 와인은 인류가 발명한 술이라기보다는, 우연히 발견한 술이며 인류와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에서 포도와 강한 증류주를 넣고 숙성시킨 술은 엄밀히 말하면 와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포도술’ 정도라 불릴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우리가 ‘와인’이라 부르는 것은 포도 99.9%(와인이 상하는 것을 방지하고 위생상의 목적으로 극소량의 이산화황SO2이 들어갑니다.)를 자연 발효시켜 만든 술을 말합니다.
와인과 같이 자연발효를 거친 발효주에는 쌀로 만든 막걸리, 보리로 만든 맥주 등이 있습니다. 자연발효주는 위스키와 소주처럼 인공적으로 증류를 시킨 증류주들과 비교해서 알코올 도수가 낮고 순하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와인 역시 5%~15%사이의 비교적 낮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고, 순한 맛으로 쉽게 마실 수 있으며, 포도의 풍미를 비롯하여 다양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기에 수천 년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미식연구협회에서 나온 사전을 보면 위와 같은 와인의 정의에 덧붙여 “와인은 살아있는 음료. 와인은 병들고, 늙으며, 죽을 수 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말은 와인이 다른 술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이유를 말해주는데요. 바로 와인은 소주, 맥주, 위스키 등의 안정화되어 나오는 술과 달리, 숙성이 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연도에 생산된 동일한 와인일지라도 올해 마시는 것과, 내년에 마시는 것과, 5년 후에 마시는 것은 전혀 다른 와인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세월과 경험에 의해서 성숙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이처럼 순수한 자연에서 와서 사람과 함께 익어가는 경이로운 술이기에, 인생의 다양한 표정을 그대로 안고 있는 술이기에 와인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소믈리에, Les Q 프렌치 와인샵 기획실장, 와인칼럼리스트 SAVINE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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