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음식을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것도 없고 그리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다. 생면부지 홍콩에 발을 디딘 그 이후 어느 날부턴가 부지불식간에 내게 익숙해진게다.
아니다 아니야,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다. 베트남의 음식이랄 것까지는 없으나 베트남의 쌀, 그‘알랑미’를 안 짚고 넘어갈 순 없다.
쌀국수에 넣어 먹는 생숙주와 튀김
그 옛날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이 있었다. 새마을 운동과 함께 수입쌀 먹기를 권장하던 그 때부터 우리 집 쌀독엔 ‘알랑미’라는 베트남 쌀이 가득 찼다. 윤기 없이 푸실 거리고 밥맛과는 거리가 멀었던 베트남 쌀 ‘알 랑미.’ 그렇게 맺은 베트남 쌀과의 인연 탓인지 지금도 베트남 요리 집을 즐겨 찾고, 푸실거리는 밥만 보면 유년시절도 함께 떠올라 향수에 젖어보곤 한다.
앙증맞은 종지에 담겨있는 각종 소스들
베트남 음식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음식보다 우리 입맛에 참 잘 맞는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와 많은 부분이 닮았기 때문인 듯하다. 쌀이 주식인 점, 육류와 생선, 채소로 만든 반찬을 밥과 함께 먹는다는 점도 그렇다. 또 쌀로 만든 떡이며 라이스 페이퍼, 쌀국수 등 쌀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들을 만든다는 점도 닮았다.
내가 베트남 음식 중에 특히 좋아하
새콤달콤 아삭한 대하샐러드
는 건, 베트남 쌀국수다. 밀가루 국수와 달리 쌀로 만든 국수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담백할 뿐만 아니라 야채와 육류 등 다양한 재료가 각기 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어 좋다. 게다가 칼로리가 적어 배불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강 다이어트 음식이기도 하니 아니 좋아할 수가 없는 음식이다.
기름을 걷어내 맑고 시원하게 우려낸 따끈한 쇠고기 국물은 우리나라의 맑은 고기장국 맛과 비슷하다. 특
라임 진저 허니 티
히 거나하게 술을 마신 다음 날, 얇게 채친 고추와 생숙주를 듬뿍 넣어 국물을 후루룩 들이마시면 그 얼큰한 맛에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속이 개운해지니 홍콩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해장국이 또 어디 있겠나 싶다.
베트남 요리집을 소개하기로 하고 서두가 너무 길어졌다. 그만큼 베트남 요리 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서인가 보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이미 위클리홍콩 독자들도 많이 알만한 곳이다. 하버시티에 있는 라이스페이퍼(Rice Paper).
점심 메뉴판
현대적인 감각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하버를 바라보는 새하얀 분위기의 라이스페이퍼 레스토랑은 마치 허니문 여행이라도 온 기분까지 느끼게 하는데, 잠시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버를 바라볼 수 있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유유자적하게 오가는 유람선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휴식이 된다.
음식 맛도 고급스럽고, 음식의 모양
레스토랑 입구
은 물론 음식이 담겨져 나오는 접시의 형태, 음식과의 어우러짐도 마치 프랑스 음식처럼 예술에 가깝다.
가격도 침사초이에서 가장 번화한 하버시티에 있는 레스토랑 치곤 착한 편이다. 점심에는 특히 쌀국수와 같은 인기메뉴가 라임소다나 라임진저티 등과 함께 세트(HK$68)로 구성돼 있는데, HK$18을 추가하면 스프링롤이나 맛있는 샐러드를 추가로 먹을 수 있다.
입 천장까지 델 듯 뜨겁고 바삭한 스프링롤에 새콤달콤 아삭한 샐러드, 속까지 시원하게 풀어주는 쌀국수, 거기다 톡 쏘는 라임소다 한 잔이면 겨울하늘 처럼 무거 웠던 기분까지 산뜻해진다.
이 집의 메뉴판도 예술이다. 한자와 영문이 함께 쓰여 있고, 들여다보고 있으면 다 먹고 싶어지는 멋진 사진까지 있으니 마음 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시키면 된다.
라이스페이퍼 Rice Paper Vietnamese Restaurant
주소 : Shop 3319, Level 3, Gateway Arcade, Harbour City, 17 Canton Road, Tsim Sha Tsui
전화 : 3151 7801
비용 : $41-$100
영업시간: 11:00~22:00
■ 코스웨이베이shop p413-418, World Trade Centre
Tel : 2809 3975
■ 카울룬통Unit L1-20, Level 1, Festival Walk
Tel : 2265-8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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