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금요일 밤, 란콰이펑에서 신라면 먹어보실래요?젊은이들의 화려한 밤의 공간, 란콰이펑에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펍이 문을 열었다. 1950년대 미국 펍을 테마로 한 현대적인 펍이고, 이름이 SugarDolls다. 인어공주를 연상케 하는 긴생머리의 가냘픈 여인이 로고 속에서 윙크를 슬쩍 하는 모습이 여간 스윗한 게 아니다.
란콰이펑이란 곳이 자주 들르는 사람들에게야 익숙하고 흥이 절로 겨운 곳이지만, 중년을 넘어선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선뜻 다가가기엔 너무도 먼 당신'이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펍이라면 머쓱한 기분도 덜 하리라는 기대감.
지난 달 완차이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맛집 탐방동호회 미인계(味人契)의 모임을 갖고, 2차로 LesQ 와인샵에서 이런저런 와인으
로 맛의 향연을 즐긴 후, 밤이 이슥한 줄도 모르고 우르르 슈가돌즈로 몰려갔었다. 온동네가 떠나가고도 남을 정도로 쿵쾅대는 생음악소리와 현란한 조명, 발 디딜틈 없이 바글대는 밤을 즐기는 사람, 사람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상이 온통 실직이네, 파산이네, 강퇴네 등등 암울한 소식들로 가득 차 있지만 적어도 란콰이펑만큼은 특혜를 받은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슈가돌즈를 찾아들었다. 대여섯 평이나 될까, 좁은 공간, 서거나 앉아서 생맥주 한 잔을 들고 쉼 없이 얘기하는 이들, 그 바 안에 선이 고운 한국여성 한 명이 바텐더와 함께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장이다.
한국인임을 알자 오징어채와 땅콩을 생맥주 안주로 내놓고, 숨이 막히도록 매혹적인 체리빛의 칵테일도 서비스해준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떠들고 놀다보니 배가 다시 고파진다. 염치를 불구하고, 한국집이니 혹시 신라면 하나 퍼뜩 끓여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물론 된다'며 뒤돌아 서서 물을 한 솥 올려놓는다. 잠시 후, 신라면 익는 냄새가 란콰이펑 골목으로 퍼지고, 회가 동하면서 잠잠했던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음악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다. 잠시 후 우리 앞에 신라면 다섯 대접이 떡하니 놓여진다. '우와~!' 미인계 회원들 입에서 탄성소리가 들리고, 2인 1조로 게 눈 감추듯 라면을 먹어치운 다. 종이컵에 국물 한 방울까지 쓸어 담아 건배~를 외친다. 행복의 도가니가 따로 없다.
펍에서 먹는 맛난 밥 슈가돌즈에서는 펍에서 파는 일반 메뉴만 있는 게 아니다. 주인장이 야무진 솜씨로 몇 가지의 한국요리를 요리해 내놓는다.
점심메뉴도 문을 연 지 6개월도 안됐는데 입소문이 퍼져 점심시간에 가면 자리도 잡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점심메뉴가 궁금해 다시 그곳을 찾았다. 20분을 기다린 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기다리는
게 싫은 사람이나 인근 지역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은 배달을 시켜서 먹는단다. 주문이 늦어지면 준비해놓은 요리의 메뉴가 금세 없어지니 부지런을 떨 필요도 있다는 게 사람들의 전언이다. HK$200 이상이면 센트럴, 깜종, 상환 지역은 배달이 된다.
야참으로 먹었던 신라면이 생각나 라면을 먼저 시키고, 떡만두국, 제육볶음, LA갈비덮밥을 주문했다. 가장 인기가 좋다는 비빔밥은 이미 동이 나서 없었다.
음식 맛? 솔직히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최고'라며 수선을 떨 만큼 감동스럽진 않다. 그러나 일반 음식점 음식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 맛이다. 덜 짜다. 덜 맵다. 덜 느끼하다. 게다가 LA갈비에서는 달콤한 듯 씁스름한 맛까지 난다. 그 이유가 뭘까. 이곳에서는 가급적 설탕을 쓰지 않고, 조미료는 절대 안 쓴단다. 조미료에 설탕을 듬뿍 넣고 고기를 재우면 야들야들하고 입에 착착 감기지만 천연조미료를 쓰니 다를 수밖에 없단다. 고기도 허연 기름덩이가 거의 없고 거의 살코기다. 웰빙을 강조하는 주인장이니 만큼 가급적 살만 있는 고기를 쓰고 있단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외국인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질 좋고 맛있는 고기를 이렇게 값비싼 란콰이펑 땅에서 저렴하고 푸짐하게 내주다가는 기둥뿌리까지 흔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장은 말한다. 점심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하고 있다고, 점심 손님이 저녁으로 연결되고 장기적인 주고객으로 남아있으니 설령 손해를 본다 해도 결코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라고.
오늘은 일찌감치 일을 정리하고, 란콰이펑에 가서 웰~~빙 한국음식을 먹어보자. 밤 늦은 시간에라도 좋다. 얼큰한 신라면 한 사발이면 들떴던 속과 기분이 싹 정리된다.
기타 점심메뉴소불고기덮밥 $95, 비빔밥 $95, 해물파전 $45, 고등어구이 $55, 떡꼬치 $45, 삼겹살구이 $105, 떡볶이 $65, 군만두 $45, 김치볶음밥 $65
저녁메뉴소갈비구이 $125, 삼겹살구이 $105, 소불고기 $105, 고등어구이 $95, 제육볶음 $85, 매콤한 닭날개 $65, 군만두 $65, 김치찌개 $95, 과일 $75
SugarDolls 주소 : 54 D' Aguilar St., Central, Lankwaifung (54 德己立街)
Tel : 2980-3638 란콰이펑 타워/호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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