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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빛 바다, 꿈꾸는 자유 - 마지막 남은 천국의 섬 보라카이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9-01-08 12:35:36
  • 수정 2009-01-15 10: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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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53호, 1월9일
푸켓을 가네, 세이부를 가네, 유럽을 가네.... 부활절이 되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면 홍콩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인구이동을 하듯 해외로 빠져나간다.

지난 수년간 황금연휴기간에도 목숨 바쳐 사수라도 하듯 홍콩을 지켜온 우리는 금년만은 제발 홍콩을 벗어나자며 탈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 금융한파가 몰아닥쳐 언제 내 목까지 졸라맬지 모르는 상황이 눈앞에 선할지언정 '열심히 일한자, 떠나라' 라는 카피하나를 위안삼아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을 목표로 삼았다.

보라카이로 가는 길
보라카이는 필리핀에 있는 6천여 개 섬 중의 하나로, 아주 작은 섬이다. 섬이 너무 작다보니 보라카이 안엔 공항이 없어 옆 파나이섬의 공항을 이용한다. 까띠끌란 공항과 깔리보 공항이 있는데,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타고가면 까띠끌란 공항으로 가게 되고, 제트여객기를 이용하면 깔리보 공항으로 간다. 둘 다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홍콩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 편은 캐세이와 영국항공, 드래곤, 필리핀 항공 등이 있고, 우린 길잡이 삼아 필리핀 가정부까지 대동하고 가기 때문에 그 중 가장 싼 필리핀 에어라인을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가정부는 우리보다 몇 백불 싸서 그나마도 다행이었다.

홍콩에서 마닐라로
티켓이 싼 것 까진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필리핀 에어라인 체크인 카운터는 공항 2청사에 있었고, 이건 또 무슨 조환지 비행기 탑승게이트는 1청사다. 참 나, 홍콩공항을 십 수 년 오갔지만 이런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다. 게다가 카운터 직원들의 체크인은 또 얼마나 더딘지, 내 앞의 3커플 체크인 하는데 무려 30분이 걸린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공항을 일주를 하다 보니 탑승시간이 임박해 왔다. 썬텐 크림 하나 살 시간도 없이 헐레벌떡 탑승을 했다. 비행기가 이륙에 맞춰 강한 기계음을 자장가 삼아 20여분 자고 났더니 기분이 다시 상쾌해진다.

잠시 후, 튼실한 필리핀 승무원 언니들이 이른 아침부터 설치고 일어나 아침밥도 못 먹고 점심까지 놓친 어린양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나눠 주는데, 우리 초등학교 4학년짜리 막강 아들에게 어린이용 기내식을 건네준다. 밥을 아빠보다 더 많이 먹는 아이에게 어린이용 기내식은 밥 먹기 전에 살짝 먹는 전채에 불과하다. 1분 만에 밥을 다 먹고 난 아들이 "엄마가 내 기내식 맛이 어떤지 보는 바람에 다 없어졌으니, 내가 엄마 밥을 좀 먹어야 겠어요" 한다.

그래서 밥까지 빼앗기고 아이들이 먹다 남은 빵과 셀러드로 허기를 메우자니 입에 착착 붙는 비빔밥에 뜨끈뜨끈한 국물까지 챙겨주는 우리나라 비행기가 생각나 서러운 생각마저 든다.

비행기는 2시간 후에 우릴 마닐라 공항에 데려다 놨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외국인들과 홍콩에서 휴가를 얻어 나온 필리핀 가정부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공항을 간신히 빠져나와 필리핀에 살고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국내선 공항까지 편하게 승합차로 이동을 했다.

마닐라에서 까띠끌란
마닐라 국내선은 마치 우리나라 버스정류장 같다. 짐의 무게를 다는 저울도 곡식을 올려놓고 재는 그런 저울이다. 홍콩에서 급하게 오느라 환전을 전혀 못해왔는데,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구로 가려는데 한 카운터에서 공항세를 내랜다. 미국달러나 필리핀 페소만 받는단다. 홍콩돈, 중국돈 다 보여줘도 안된다고 하여 우리 에드나(필리핀 가정부)가 사정사정해서 홍콩돈으로 줬는데, 추가로 돈을 더 요구해서 100홍콩달러를 덤으로 얹어줬다.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2시 30분이 돼서야 탑승을 시작한다. 경비행기라더니 정말 경비행기다. 파르르 도는 저 프로펠러며 아담함 몸체며, 이걸 타고 그 섬까지 가야한단 말이다. 목숨을 건 여행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아찔하기도 하고, 유서라도 남겨뒀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든다.

구름이 짙게 껴서인지 경비행기가 춤을 추듯 난다. 상하 수직 운동을 얼마나 실감나게 하는지 롯데월드에서 바이킹을 타도 이것보다 낫겠다 싶다. 아이들은 꺄르르 꺄르르 신났고, 애드나는 거의 울음보를 터트리기 직전이다.

환상의 요트를 타고 보라카이 섬 리조트로

1시간 만에 까띠끌란 공항에 도착을 했고, 리조트에서 마중 나온 현지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가는데,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든다. 왜 다른 사람들하고 반대 방향인거지?

지프차를 타고 10여분을 가서 내린 후 빈민촌을 지나더니 조용한 해변가로 간다. 이러다 납치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싶은 게 더 무서워진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에 너무도 예쁜 요트가 하나 나타난다. 이렇게 멋진 요트엔 우리 가족뿐이다. 짙푸른 바다와 바람을 가르고 요트가 미끄러지듯 나간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태평양을 가득 메운다.

이살라 보라카이 리조트
요트를 타고 20여분 달려 도착한 곳은 Isla Boracay 라는 야자수 숲에 둘러쌓인 조용하고 멋진 리조트다. 외국인이 운영을 하다 몇 년 전, 한국인이 인수를 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비치 남쪽 끝에 위치하다 보니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도 않고, 쇼핑몰로 인한 소음과도 거리가 멀어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리조트의 모든 방에서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한국인이 운영한다지만 손님의 대부분은 프랑스나 스페인, 이태리, 독일 등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다. 간혹 한국에서 혹은 마닐라에서 나들이 오거나 신혼여행 온 한국인들이 있는데, 한국인임을 안 순간부터 서로의 말수가 줄어든다.

리조트는 기본적으로 아침이 포함돼 있고, 어른 1인당 전신마사지 1회가 서비스된다. 레스토랑과 바, 구내매점이 있어 시시때때로 먹고 마시고 즐기기만하면 된다.

하루종일 놀고 밤이 이슥해지면서 배가 고파지면 매점에서 한국 사발면과 양파링, 새우깡 등을 사다 먹으면 꿀맛이다.

에메랄드 빛 천국 보라카이

밤새 파도소리에 취해 잠을 자고, 야자수 나무에 매달린 해먹(그물그네)에 누워 바람에 취해 잠을 잔다.

까르르 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어렴풋이 눈을 뜨면 끝없이 펼쳐진 소라 빛을 띤 투명한 바다와 코발드 빛 하늘, 체로 친 듯 고운 산호백사장에 눈이 부시다.

야자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코코넛을 하나 둘 세다 다시 까무룩 잠이 든다. 잠의 마법에라도 걸린 듯 그렇게 자고 또 자다 목이 마르면 주변을 맴도는 리조트 직원에게 시원한 열대과일 주스 한 잔을 시켜 먹으며 갈증을 해소한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질이며 스며드는 새하얀 모래의 촉감이 마치 천사의 손길처럼 부드럽다. 해변을 산책 하다 지치면 다시 야자수 그늘에 앉아 못 다 읽은 괴도신사 뤼팽의 스릴넘치는 모험담에 빠져든다.

이렇게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 종일 먹고 놀고 자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이 시간들이 꿈결 같다. 매 순간, 이 짜릿한 행복감, 희열감에 들떠 마구 마구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해질녘엔, 백사장위에 고즈넉이 놓인 벤치에 앉아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본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난다.

손을 꼭 잡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연인들의 모습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멋진 그림으로 아로새겨지는 곳, 밤새 철썩이는 파도소리며 바람소리, 소라 빛 바다, 짙푸른 하늘, 이렇게 보라카이에서 보낸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으리라.

스쿠버다이빙 @ 보라카이
보라카이에서는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것도 추억에 남는다. 해변에 누워있으면 현지인들이 프린트물을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해보라고 권하는데, 리조트 이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거의 사기에 가깝단다. 사진만 그럴듯하지 막상 가보면 한 번 휙 보고 돌아오는 거라고, 기왕 하려면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란다. 하여, 바다 속을 무서워 하는 나는 아예 포기를 하고, 아이들만 시켜보기로 했다.

한국인들로 들끓을 것같은 숍에는 우리밖에 없다. 금융위기 한파로 한국 손님이 뚝 끊겼단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개인교습을 받은 후,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복과 산소탱크를 메고 강사 2명과 함께 깊은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더니 1시간여 소식이 없다.

드디어 아이들 머리가 나타난다. 손에는 보랏빛 불가사리가 한 마리 들려있고, 깊은 바다속을 탐험하고 돌아온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온 콜럼버스의 미소가 가득하다.

◇ 여행메모
항공편 : 캐세이, 영국항공, 드래곤, 필리핀 항공 등 하루 서너 편
리조트 : Isla Boracay 호텔 리조트
Tel : (632) 910-4203 up to 05
Fax : (632) 910-4206
스쿠버다이빙 : 오션블루 (http://cafe.daum.net/oceanblue)

<글 : 로사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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