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지난 2월 초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화차에 실려 평양근교 군수공장을 출발하는 것이 위성에 포착되면서부터 북한이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었다.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1999년 8월말과 2006년 7월초에 이어 세 번째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무모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상식있는 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욕심이 과하면 아니함만 못하듯이 결코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 시기에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는 첫째 새로 출범한 미국의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북미 양자대화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미국과의 담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목표는 3월 8일로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고취시키면서 김정일 이후 후계구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한 체제 결속용 선전활동이다. 셋째 이미 남북관계의 전면대결상태를 선포한 북한으로서는 서해안과 비무장지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면서 미사일을 통한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남북갈등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북한의 의도와 목표가 이렇다면 아마도 북한 지도부로서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흡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에 이어 새로 대북정책 선임대표로 임명된 보즈워스 대사가 한, 중, 일 3국을 차례로 방문함으로써 오바마정부가 북한문제를 주요 정책의제로 다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2차례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대변인담화를 통해 광명성 2호를 은하 2호 로켓에 실어 우주로 발사할 것이라고 사전에 공표함으로써 김정일 체제의 업적을 선전할 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남한 내부에서 이명박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비판하고 특사를 파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을 일견 고무적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결코 북한 지도부의 생각대로 북한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 미국 오바마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핵문제는 2.13합의에 따라 6자회담을 통해 완전한 검증체계를 갖추어 북한핵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에 위협을 초래하는 도발로서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역시 6자회담의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사일 발사는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바라보는 남한의 시각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냉정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이나 재야단체들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운반할 수단까지 갖추려는 북한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방적인 선전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북한의 지도부와 같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끼니를 걱정해야 할 주민들 입장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미사일 개발은 결코 환영받을 일이 아니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발표대로 이번 발사체가 시험통신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실용위성을 발사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 년의 세월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텐데 현재의 북한 실정에서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반발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체제의 치적을 과시하고 김정일 후계체제 출범을 알리는 축포로서는 엄청난 과소비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이 모를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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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 가능성을 북한 지도부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거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처럼 북한을 달래기 보다는 2006년때처럼 제재가 이루어질 것이다. 2006년의 제재를 통해 북한이 잃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지도부는 시간의 함수를 간과한 것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식 수준을 50년대 천리마시대 수준으로 낮춰보고 있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현실의 고달픔을 화려한 축포가 대신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갔고 산간 오지의 주민들도 알만한 것은 알게 된 세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멈춘 역사의 시계를 미사일 발사로 움직이게 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백해무익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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