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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자연은 언제나 휴식과 위안의 장소이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연에 대한 애착도 강해진다. 우리는 사방이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생활을 선택하지만, 집 앞에 나무가 우거진 공원이 있기를 희망하고, 주말마다 등산을 하거나 적어도 일년에 한 번은 휴가를 내어 산과 바다로 여행하는 삶을 추구한다. 자연은 예술에 있어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소재였다. 예술 작품 속에서 자연은 인간을 압도하는 위대한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인간의 감정이 이입된 드라마틱한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은 인간이 몸을 담고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는 개체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시각의 차이는 김은주와 조인호의 작품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두 사람은 모두 자연을 주제로 하지만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접근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주로 인체, 파도, 꽃 등을 그리는 김은주에게 자연은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자유를 갈구하는 '존재'이다. 그녀는 자연대상을 클로즈업하여 강한 생명력과 의지를 지닌 대상으로 내면화한다. 결국 그녀가 그리는 자연은 곧 인간 본연의 모습과도 같다. 반면 등산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수 풍경을 그리는 조인호에게 자연은 인간에게 휴식과 안정, 무한한 삶의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공간'이다. 그의 그림 속에 나타난 자연은 인간의 시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면서 그 속에서 거니는 인간의 삶을 포용하는 안식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두 작가는 각각 연필과 수묵으로 화면 속 대상 하나하나를 세필로 빽빽하게 묘사하면서 각 재료의 표현력을 극대화시킨다. 김은주가 표현적인 연필 선묘로 꽃잎 하나하나를 그리면서 어느새 꽃송이를 피우고 풍경을 이룬다면, 조인호는 직접 땅을 밟으면서 체험한 구체적 경험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먹과 세필로 미세하게 재구성한다. 두 작가 모두 여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흑색의 세필로 묘사한 부분과 대조를 이루면서 화면의 드라마틱한 구도에 일조한다. 여백은 화면에 긴장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부여하면서 균형을 이루게 한다.
작가 소개
인체, 파도, 꽃 등의 대상을 연필로 그리는 김은주는 고유한 의미와 자유를 갈구하는 자연 존재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녀가 그리는 대상은 그 자체의 형상이나 의미보다는 그것을 이루는 세밀한 선들의 표현성과 생명력에 의해 강한 존재감을 갖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조인호는 다시점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이 등산 중에 직접 체험한 시간의 경과와 장소의 이동 과정을 기록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서는 하나의 소실점으로 귀결되는 논리적 시점이 아닌, 수없이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며, 이는 곧 매 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의 본성과도 연결된다.
<이사빈 (독립큐레이터)>
전시안내
전 시 명: 자연 속으로 여행하다
주 최: 신화갤러리 홍콩(www.shinhwagallery.co.kr)
초대작가: 김은주 & 조인호
전시기획: 독립큐레이터 이사빈
전시일정: 2009.4.30~5.30
초대일시: 2009.4.30, 18:30
전시장소: 신화갤러리 G/F 32 Aberdeen St. Central
전시문의: 2803 7960 / info@shinhwagalle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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