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께서 동포·교포·교민이라는 용어를 구분해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해왔다.
동포(同胞)는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사람들로, 국내에 살건 국외에 살건 동일한 민족 의식을 가진 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포'는 '국내동포'와 '재외동포'로 나눌 수 있다.
'교포(僑胞)'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동포로, 본국과 거주국의 법적 지위를 동시에 갖는 사람이다.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동포보다 좁은 의미로 쓰인다. 동포 가운데 재외동포가 교포인 셈이다. '재미동포' '재미교포' '재일동포' '재일교포' 모두 가능한 표현이다.
교민(僑民) 역시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자기 나라 사람으로, 교포와 같은 개념이다. 쉽게 얘기하면 '재외동포=교포=교민'이 성립한다. 여기에서 외국에 임시로 나가 있느냐 아니냐, 외국의 국적이 있느냐 없느냐는 구분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으로서 외국에 나가 있으면 국적에 관계없이 재외동포·교포·교민 어느 용어로도 부를 수 있다.
이것이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이고 일반적으로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재외동포 또는 교포·교민으로 적당히 호칭하고 있다.
다만 위키백과사전은 교포가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라면서 '떠돌아다닌다는 의미의 교(僑)자를 사용, 그 어원에 멸시의 뜻이 있어 쓰기를 꺼리기도 한다'고 언급돼 있다. 교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관할 아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 그 땅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한민족들을 가리키기에는 적합한 표현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독자의 지적과 비슷한 내용이다.
그러나 위키백과사전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위키백과는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글을 고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져 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소지가 적지 않다. 위키백과의 풀이처럼 실제로 교포와 교민이라는 용어를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예는 거의 없다.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을 국적이 있느냐 없느냐 일일이 따져 지칭하기도 쉽지 않다. 집합적 개념일 경우엔 구분이 더욱 어려워진다. 위키백과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우선할 수는 없으므로 교포·교민이란 용어는 재외동포와 같은 뜻으로 보는 수밖에 없다.
법률적으로는 특별히 교포나 교민의 개념이 없다. '재외동포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재외 국민 등록법' 등 법률에는 재외동포나 재외국민(이중국적자를 포함한 한국 국적 보유자)이란 용어만 나올 뿐이다. 외교부(현 외교통상부)가 교민과(1961), 영사교민국(1974), 재외국민영사국(1998), 재외동포영사국(2005) 등으로 관련 기구의 명칭을 변경해 왔다는 점은 좀 특이하다. 정부가 통일된 이름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이들 용어의 혼란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재외동포·교포·교민뿐 아니라 요즘은 한인이라는 용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함으로써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같은 사람을 두고 언론마다 부르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동포회' '교포회' '교민회' '한인회' 등 현지 단체 이름도 가지가지다. 하지만 어원이 어찌 됐건 표준국어대사전이 '재외동포=교포=교민'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이들 용어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달리 구분해 사용하기는 어렵다.
중앙일보는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재미동포' '재일동포' 등처럼 가급적 교포·교민이란 말보다 동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재외동포·교포·교민이 같은 뜻으로 사전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개념이므로 상황에 따라 교포·교민이란 말도 제한적으로 쓰기로 했다. 우리말 어휘의 다양성을 스스로 제약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교포사회' '교민간담회' 등 거주지가 강조되는 표현을 '동포사회' '동포간담회'로 바꾸어 쓰기에는 어색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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