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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힘이다 - 글쓰기가 경쟁력 ①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9-05-21 10:58:21
  • 수정 2009-05-21 10: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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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70호, 5월22일
'잘 쓰자'는 부담 버리세요, 일단 써놓은 뒤 다듬고 또 다듬으세요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음같이 되지 않는 게 글쓰기다. 무엇에 대해 써 보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고 막막하게 느껴진다. 무엇을 써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다. 글을 쓸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자기소개서, 보고서, e-메일 작성 등 살아 가면서 어쩔 수 없이 글을 써야 할 때가 적지 않다. 글을 쉽게 쓰는 요령은 없을까. 문학적인 글쓰기와 달리 일상적인 글쓰기는 몇 가지 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충분히 가능하다. 몇 회로 나누어 일반인이 손쉽게 글을 쓰는 요령을 다룬다.

주입식 교육으론 글쓰기 실력 못 키워
나는 왜 이렇게 글쓰기가 안 될까. 이런 한탄을 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 교육이 잘못된 탓이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낳은 병폐다.

초·중·고교에서는 주요 입시 과목을 우선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글쓰기 교육은 소홀히 하고 있다. 작문 시간에 가르치는 것도 대부분 이론 위주여서 실제 글쓰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 지도의 핵심이 첨삭이지만 사실상 그럴 만한 시간도 능력도 부족하다.

대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글쓰기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이전보다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우리의 대학 교육 역시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졸자들이 자기소개서 하나 올바로 쓰지 못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기획서·보고서 등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 재교육을 받는 실정이다.

구양수·톨스토이도 자기 글 고치기 거듭
가장 쓰기 힘든 글이 무엇일까. 연애편지다. 본능적으로 처음부터 잘 쓰려고 매달리다 보니 몇 줄을 이어 가기 어렵다.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3박4일을 고민해도 한 장을 쓰기가 힘들다. 잘 쓰려고 하면 할수록 글은 더욱 써지지 않게 마련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혀 글을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스트레스로 몇 날을 지새우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두렵게 느껴진다. 글쓰기 초보자들이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다.

글쓰기의 두려움에서 헤어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멋있는 단어나 표현을 동원해 거창하고 무게 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일반인이 전문가처럼 수준 높은 글이나 명문을 쓸 수는 없으며, 누구도 이를 기대하지 않는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수록 글은 더욱 막히게 돼 있다.

지나치게 잘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떠오르는 대로 줄줄 써 내려가는 것이 우선이다. 잘 쓰든 못 쓰든 신경 쓰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적어 내려가야 한다. 원하는 양의 두세 배를 써 내려간 뒤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글을 가장 쉽게 쓰는 방법이다. 누구도 처음부터 글을 완벽하게 쓸 수는 없다. 문필가라고 해서 한 번에 글을 완벽하게 쓰는 것이 아니다.

당송(唐宋) 팔대가 가운데 한 사람이며 글쓰기의 기초인 3다(多讀·多作·多商量)를 설파한 구양수(歐陽脩)는 시를 쓴 뒤 벽에 붙여 놓고 방을 드나들 때마다 고쳤다고 한다. 얼마나 고쳤던지 어떤 시는 원래 쓴 글에서 단 한 글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일화가 있다. 톨스토이도 '부활'과 '전쟁과 평화'를 써 놓고는 수십 번을 수정했다고 한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집필하면서 무려 400번 이상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문필가들도 이럴진대 일반인이 어떻게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겠는가. 글은 원래 써 놓고 다듬는 것이다. 잘 쓰든 못 쓰든 상관없이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적고 봐야 한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한 꼭지에 매달리다 보면 글을 이어 가기 힘들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음 줄로 넘어가는 식으로 계속 써 내려가야 한다.

넉넉하게 적어 내려간 뒤 분량을 조절하고, 단락을 재배치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고치면 남에게 충분히 읽힐 만한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내용을 보충하면서 부드럽게 흘러갈 때까지 요리조리 다듬다 보면 결국 마음에 드는 글이 나온다. 일반인의 경우 글을 쓰는 범위가 생활과 밀착돼 있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 큰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글을 쉽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쓰는 방법은 생각나는 대로 대충 적어 내려간 뒤 다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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