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ㆍ탈북인권연대 대표 도희윤
을지대학교 겸임교수
1961년 영국 변호사 피터 베네슨씨가 창설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데올로기·정치·종교상의 신념이나 견해 때문에 체포·투옥된 정치범의 석방, 공정한 재판과 옥중에서의 처우 개선, 고문과 사형의 폐지 등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인권단체다.
앰네스티는 영국런던의 국제사무국을 중심으로 약 162여 개국에 지부와 110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동안 약 2만 명의 정치범을 석방시키는 등 인권단체로서 세계평화와 인권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1977년 노벨평화상과 1978년 유엔인권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앰네스티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공평하고 보편적 인권활동의 원칙에서 벗어난 왜곡된 모습으로 그 동안 쌓아온 국제적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 또는 악용하여 인권단체로서의 공신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5월부터 수개월동안 지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위장한 반미시위로 말미암아 서울의 도심교통이 장기간 마비되고, 밤이 되면 폭도로 돌변한 시위대가 경찰공권력을 향해 쇠파이프, 삽, 망치등으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던 때에, 앰네스티는 동아시아 담당을 한국에 파견하였고, 파견된 담당자는 살인적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위대의 불법문제는 우리의 조사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위대에 가해진 경찰의 폭력을 조사하는 것이 우리 임무다"라는 편향된 언사로 폭력시위를 염려하는 대다수 한국민과 국제사회의 지탄을 초래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의 로켓발사로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논의되고 있던 긴박한 상황에서 지난 4월 한국에 입국한 앰네스티 관계자들은, 사형제 폐지관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북한김정일정권을 회생시키고 그로인해 북한 주민들의 지속적인 인권유린 및 탄압을 자행케 한 비정상적 햇볕정책을 찬양하며, 특정 정치인의 업적을 기리는 등 보편적 인권이 아닌 그들만의 편협한 인권활동으로 변질되어가는 안타까운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작금의 모습은 세계최대의 인권단체임을 자랑하면서도 세계최악의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으리라.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홈페이지에도 광화문 사거리에서 지속적인 서명운동을 하는 현장 어디에도, 권력의 폭압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상황을 알리고 그 심각성을 고발하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변질되어가고 있는 앰네스티의 모습들은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개선이라는 소중한 가치운동을 펼쳐온 앰네스티의 격을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인권'의 영역에서 조차 정치적 편향성을 보임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더구나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162개국의 지역지부가 어떻게 조직되고 있는지 일반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광우병 사태이후 '한국에서는 지하조직 아니냐, 북한정권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까지 의심을 받은 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존재는, 편향된 정치적 시위현장에서나 확인할 수 있지, 북한인권등 보편적 인권의 가치현장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국제앰네스티의 지부관리 및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인권의 영역에서 많은 활동을 해온 단체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저하된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인권활동을 하는 개인, 단체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뿐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공동체의 상생에 부정적 영향을 야기 시킬 수 있기에, 북한인권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잘알고 있다.
그렇기에 국제앰네스티는 단체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해당지부에 대한 과감한 인적쇄신과 자정노력으로,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인권단체로서 제2의 탄생을 기약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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