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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 YES to YOUR LIFE" - 굿바이, 오랜 버릇!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9-06-25 11:07:15
  • 수정 2009-06-25 11: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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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75호, 6월26일
오래전 알고 지내던 T를 길에서 마주쳤다. 수년을 시도했으니 담배를 끊었으리란 내 추측과 다르게 그는 여전한 체인 스모커였다. 한눈에 나를 알아본 그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담배 든 손을 얼른 뒤로 숨기며 피식 웃었다. “업무시간에 길거리에 나와 겨우 피우는 것도 이렇게 들켜버리는군요. 웰빙이 일상이 된 요즘 시대에 담배연기 피운다고 쏘아보고 가는 행인들 눈치 보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말예요. 새로 맡게 된 업무까지 사원교육이라 모범을 보여야 될 처지에 이 버릇을 못 고치고 있으니 어쩌면 좋지요?”

점심마다 단골 카페의 옥외 테라스에 모이던 T의 동료들은 하나 둘씩 차례로 금연에 성공하더니 아예 장소를 옮겨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함께 해피아워를 즐기던 친구마저 담배를 줄이겠다며 일부러 헬스에 등록하는 바람에 그의 일상은 더 썰렁해졌다. 오랜만에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무심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앉은 자리서 퇴짜를 맞기도 했다. 담배로 인한 이런저런 해프닝을 털어놓으며 최신 금연 테크닉을 물어보는 그에게 말했다. 담배를 끊을 때까지 즐거운 흡연자로 살아보라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 No pain no gain, 그런 말에 너무 집착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진 빠지게 금연에 도전하느니 차라리 시작부터 당근맛을 즐기면서 서서히 흡연에 흥미를 잃어가는 게 어때요? 마음이 멀어지면 결국 헤어지게 되니까요. 그런데, 담배를 끊으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곧바로 철인3종 경기 (Triathlon) 에 도전할 생각인데요."

"수영, 자전거, 달리기는 오늘이라도 시작할 수 있겠네요. '금연성공'이란 조건 때문에 아예 즐기지도 못할 일은 아니란 뜻이죠. 굵직한 선을 그어놓고 그너머에 쌓인 당근을 보며 맛을 상상하는 대신 우선 먹어보는 거예요. 수영이든 사이클이든 시작하세요. 길게 보자면 어차피 3종 경기와 줄담배는 병행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니까요. 담배 때문에 사는 재미까지 풀스톱하지 말라는 거예요. 의지력보다 재미의 폭을 넓혀보세요."

"흠, 그러고보니 옆 부서에 마라톤대회에서 입상한 직원이 근무하는데 올라가서 정보를 좀 얻어야 겠네요. 혹시 알아요? 같이 트레이닝을 받는 멤버들중에 싱글녀들이 있을지! 하하하." 두 달 후, T는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다. 마라토너 직원과 함께 그룹을 만들어 철인 3종 경기를 위한 훈련을 시작하기도 했다. 시간, 체력, 관심이 부족해진 덕인지 매일 한 갑씩 피우던 담배도 하루 3 개로 줄어들었다. 근래에 재미를 붙인 스피드 데이팅 (Speed-dating)에서 흡연녀들을 퇴짜 놓는 새로운 버릇까지 생겼다.

흡연, 식습관, 게으름, 말버릇, 사고방식 등, 누구에게나 두고두고 씨름하는 버릇이 있다. 그것을 당장 때려눕힐 적수로 보면 승패와 자존심이 걸린 소모적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T가 애증어린 태도로 담배와 8년의 연장전을 벌인 것처럼. 하지만, 나름 생명력을 갖게 된 오랜 버릇을 잠시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로 생각하면, 그와 공존하는 나의 모습에서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깨닫고 배우게 된다. 이내 버릇과 헤어져 나만의 길을 가야겠다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버릇과 헤어지는 워밍업 아이디어

1. 오픈 마인드를 갖자. 담배가 없으면 커피맛이 떨어지고, 모임과 술자리는 어색해지며, 스트레스가 늘고, 자신은 지루한 인간이 될 거라고 단정짓지 말자. 오랜 버릇이 떠난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어떤 새로움을 일상에 초대할 것인지 상상한 내용을 리스트에 적어보자.

2. 리허설을 하자. 철인 3종에 도전하기 전 하프 마라톤을 뛴 T처럼, 목표달성 이후로 미룬 일들을 앞당겨 시도해보자. 즐거움은 목표를 이뤄야 얻는 보상이 아니라 과정을 신나게 하는 동기라고 믿자. 버릇 때문에 회피하는 일, 생각만하는 계획, 미루는 취미 가운데 한 가지, 또는 일부라도 시작하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테스트해 보자.

3. 본보기를 활용하자. 금연이 목표라면 장기간 금연에 성공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보자.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해보고 담배가 없는 나의 모습은 어떨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해보라. 어떤 여가를 즐기고 누구와 어울리며 무슨 관심사를 가질 것인지 구체적인 슬라이드쇼를 완성해 수시로 리플레이하자.

4. 심판보다 치어리더가 되자. 바라는 성과를 못 내고 번번이 실패하는 자신을 비난하기 전에 '그래도 한번 더!' 기운내라고 응원해주자. 금연에 성공한 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나는 금연에 실패한 나, 다이어트에 실패한 나에게서 비롯된다. 야멸차게 옐로카드를 흔드는 대신 화이팅을 외치자. 절실한 순간마다 실망시키지 않는 자신만의 무조건적 서포터가 되자.

<글 : 베로니카 리(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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