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엘 다녀왔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서울에 돌아가 보면 우리에게 익숙했던 서울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전혀 낯선 도시가 우리 앞에 나타날 뿐이다. 옛 총독부건물이었던 중앙청이 철거됐는가 하면 어느 날 보니 서울시청 건물도 사라져 버렸다. 서울시청과 청계천에 이어 광화문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해 아름답지만 낯선 그런 도시가 돼 버렸다.
이래저래 가슴에 부는 훵한 바람은 인사동에서 나마 멈출 수가 있었다. 인사동 역시 많이 변화를 거듭해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나마 옛것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그 가운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외국에 사는 교포들에게는 위안이 된다.
요즘 인사동 거리는 많이 붐빈다. 길가에 늘어 서 있는 음식점, 골동품가게들도, 그냥 무게감 없이 진열되어져 있는 듯 하고, 젊은 아이들을 위한 관광 상품과 여러 가지 액세서리와 먹거리들로 넘쳐난다.
그나마 인사동이란 지명이 대한민국 서울의 '관광거리' 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지, 외국인들이 여기 저기 골목을 기웃거리며, 아직도 남아있는 오래된 한옥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 진열되어 있는 의미도 잘 모르는 고서와, 골동품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다니다 배가 고프면, 좁은 골목길을 기웃기웃 거리며 나지막하게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음식점을 찾아들어가 허기를 달래곤 한다.
그런데 무턱대고 찾아들어간 음식점이 겉모양만 전통가옥이고 음식 맛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싸구려 맛이 느껴진다면 실망을 넘어서 사기를 당한 느낌마저 든다. 그 만큼 옛 맛에 대한 그리움이 컸었던 게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인사동에서 기분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뒷골목 맛집 하나를 소개한다.
인사동의 유명한 경인미술관 반대 편 골목에 있는 [차 이야기]가 바로 그 집이다. 이름에서 언뜻 찻집이 연상되지만,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음식에 차가 재료로 들어가는 음식점이라 이름이 차 이야기 이다.
식당 분위기는 전통가옥에 서민적이고 아늑한 분위기를 살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인기메뉴는 흑미에 대추, 은행, 콩 등을 올리고 녹찻물로 밥을 지은 '녹차대나무통밥'으로 주인이 청학동에 직접 공수해 온 2년생 대나무만을 사용한단다.
진하게 우러나오는 대나무 진액은 성인병 예방에 그만이라고. 두릅, 참나물, 머위 등 녹차로 무쳐낸 10여 가지의 제철나물 반찬과 반주로 곁들이는 대통주의 진한 맛과 향은 이 집의 별미다. 또한 먹고 난 뒤에 대나무통에 부어 마시는 둥굴레차는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생고기도 잘 타오르는 불에 한 점 한 점 구워 싱싱한 야채에 싸먹으면 깊이가 느껴지고, 밑반찬 하나하나도 나무랄 데 없이 맛깔스럽다.
저녁시간에 가면 조금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리면서 맡을 수 있는 대나무밥 향이 예술이다. 하루쯤 거한 저녁을 먹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자.
메뉴 :- 차이야기 정식(녹차대나무밥+너비아니) 1만2천원
- 녹차대나무쌈밥정식(녹차대나무밥+생갈비살+쌈) 1만원
- 대통삼겹살정식 1만원
- 녹차대나무통밥 7천원
- 녹차너비아니 9천원
<찾아가기>주소 :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12
인사동 입구에서 수도약국 쪽으로 쭉~가다 수도약국 골목에서 인사갤러리를 조금 지나면
왼쪽에 차이야기 간판이 보임.
문의 : 02-735-5517
주차 : 불가능
휴무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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