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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칼럼] "SAY YES to YOUR LIFE" - 너는 나를 창피하게 한다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9-09-03 12:20:33
  • 수정 2009-09-03 13: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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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84호, 9월4일
 주말 오후 늦은 점심을 먹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모국어 소리.

"외국인이지만 자기 집에 초대를 했을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더니. 절대 아무것도 사오지 말랬다구? 선물 같은 거 부담된다고 싫어한다구? 그런데 웃으면서 잘만 받던데? 괜히 당신 말을 들은 내가 잘못이지. 우리만 빈손으로 갔잖아, 우리만. 에이, 창피해."

"그러는 자기는. 집주인이 그러지 말라는데 꼴사납게 혼자 신발을 벗고 난리쳤으면서 그건 뭐 안 창피했는지 알아? 발이라도 예쁘면 또 몰라. 그리고 너! 남의 집에 가서 왜 그렇게 말이 많으냐? 예의도 없이. 네 목소리가 제일 괄괄하더라. 하나 있는 딸이 말이야 아빠 체면 같은 건 아예 관심도 없어요, 관심도 없어."

중학생 나이로 보이는 딸은 안경을 벗더니 냅킨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 걔한테 화풀이야? 당신 따라서 그 집에 안 갔으면 이런 일도 없구먼."

"그래? 좋아, 뭐든 다 내 탓이니까 둘이 잘 살아봐. 지금 당장 사라져주지!"

벌떡 일어선 남자는 뷔페가 차려진 테이블로 사라져주었다. 딸과 엄마도 자리서 일어나 음식을 가지고 왔다. 때마침 그날 호텔 라운지에선 딸기 디저트 뷔페가 한창이었다. 접시 가득한 딸기 소스와 가족의 붉은 얼굴은 매치가 되었지만 분위기는 너무도 정반대였다. 그런 기분에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의외였지만, 식욕을 채우기보다 울화를 삭이려고 전투적, 기계적으로 음식을 퍼 넣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보였다.

뒷사람 의자가 내 의자에 닿을 만큼 좌석 배치가 타이트해서 단체회식 수준인 그곳의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큰소리로 옥신각신하는 부부를 대놓고 쳐다보며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렸다.

계산을 하고 화장실에 가니 그 딸이 팔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고 있었다. 슬쩍 가까이 다가가서,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정답을 알고 옳게 행동하는 건 아니니까 이해를 해다오. 우리도 실수하고 못나게 굴 때가 있단다. 그걸 만회하고 노력하면서 살 뿐이지." 위로의 말을 소녀에게 텔레파시로 전달하고 돌아섰다. 엄마가 화장실에 벌컥 들어오는 바람에.

부부는 나가는 순간까지도 "누가 더 창피했나" 계속 논쟁을 벌였다. 정말이지 뭐가 그렇게 창피한 것일까. 주위의 시선이 레이저빔처럼 자기들에게 쏠린 지도 모르고 서로를 쪼아댈 만큼 창피스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분에 차서 티격태격하는 것은 선물, 아내의 맨발, 괄괄한 딸의 음성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잠시 삶을 리와인드해서 차분하게 되짚어봐야 윤곽이 드러나고 실마리가 잡힐,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3장의 종이에 각각 1번에서 5번까지 세로로 써놓고 아래 질문에 답해보자. 거북하고 사소하고 좀스럽고 부끄러운 모든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적어보자.


▷ 최근 5년간 가장 서운했던 일들은 무엇이었나.
▷ 최근 5년간 나를 가장 화나게 한 일들은 무엇이었나. (억지로 참고 지내는 사소한 일도 해당된다.)
▷ 최근 5년간 가장 나를 외롭게 한 일들은 무엇이었나.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세미나에 참가해서 리스트를 작성하는 부분이 나오면 건성으로 작성하거나 아예 건너뛰는 경우가 있다. 사실 위의 리스트를 반이라도 적었다면 자신의 용기를 자축할 일이다. 무엇이든 일단 서면에 옮기고 나면 무게와 책임이 더해지고 왠지 심각해지는 것 같아 회피하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불편해도 리스트를 완성하길 권한다. 지금보다 더 잘 살려는 노력만큼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드물 것이다.

<글·베로니카 리(veronica@coaching-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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