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풍원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우선 풍원을 앞세워야 한다. 침사초이 킴벌리로드 끝자락에서 10여 년 동안 홍콩거주 한인들과 여행객들로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곳 풍원(풍원豊園).
한국사람은 물론, 일본, 홍콩인들로 늘 장터처럼 북적여 예약을 하지 않으면 30분이고 1시간 이고 밖에서 기다려야 간신히 한 자리 차지 할 수 있던 곳.
사실 나는 밥먹을 때 만큼은 장터 같이 벅적대고 시끄러운 분위기는 거북스러워서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지 않는 이상 내 스스로 그곳을 찾아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그곳을 방문했던 이유는 풍원의 단골, 골수분자들이 주위에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들을 골수분자로 만들었을까, 그들은 입을 모아 "기본에 충실한 한식당"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즌에 따라 시시때때로 메뉴에 변화를 줄만도 한데 사시사철 솥뚜껑삼겹살에 돌판낚지, 감자탕을 변함없는 맛으로 푸짐하게 해낸다. 언제 가도 그들이 원하는 그 맛을 120%만족시켜 주는 풍원. 그 풍원이 지난 달 26일부터 자리를 옮기고, 상호도 풍원에서 원풍원으로 바꿔 영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위클리 맛기행 팀이 풍원을 찾아 간판메뉴 해부에 나섰다.
솥뚜껑 삼겹살구이 HK$100
이 집의 불후의 명작 '솥뚜껑 삼겹살'. 뭐니뭐니해도 삼겹살은 솥뚜껑에 구워야 한다는 주인장 정윤배 사장의 말마따나 두터운 솥뚜껑위에서 돼지 특유의 냄새를 구수하게 풍기며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의 맛은 일품중의 일품이다. 거기에 잘익은 김치를 쭉쭉찢어 얹은 후 살캉하게 익혀먹으면 최고다.
돌판낚지 HK$330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육중한 돌판위에 시뻘겋게 양념된 낙지를 보는 순간부터 혀가 얼얼해진다. 낙지도 김치처럼 살캉하게 익혀야 제맛이다. 매운걸 잘 먹지 못하는 나는 눈물을 질끔거리면서도 낙지볶음을 게눈 감추듯 먹었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달래서 그것 까지 싹싹 비워버렸다.
청국장 HK$130사실 이 집에서 삼겹살과 함께 가장 잘 나가는 음식은 미더덕 된장찌개(HK$130)이지만 청국장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는 미더덕 된장찌개와 청국장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청국장으로 기울었다 청국장 고유의 꾸리꾸리한 냄새를 푹푹 풍기며 테이블에 올려진 청국장은 진하고 부드럽다. 실망시키지 않는 고유의 맛도 간직하고 있다.
감자탕 HK$330 (작은 것 HK$250)술꾼들의 단골메뉴 감자탕. 진한 막걸리 한 사발에 얼큰하고 걸쭉한 감자탕 국물의 궁합이 제대로다. 뼈에붙은 고기도 간이 잘 배이있다. 주먹만한 감자덩이가 들어앉아있어야 하는게 그게 아니라는게 흠이라면 흠.
늘 변함없는 맛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원풍원과 같은 한식당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더 없이 행복하게 느껴지고, 홍콩에 사는 즐거움도 두 배로 커짐을 느낀다.
원풍원 한식당주소 : G/F., Valiant Commercial Bldg., 22-24 Part Ave.,
TST, KLN
택시 : 침사초이 뽀라홍
전화 : 2721 8730 / 2721 8726
<글·사진 로사 권 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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