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제조업의 중심인 광둥성(廣東省)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6만2,400여 곳의 제조공장이 도산했고, 60만명의 농민공이 직장을 잃었다.
원인은 미국발(發) 금융위기였다. 이곳 공장들은 대부분 대미(對美) 수출품을 생산한다. 특히 옷·신발·크리스마스 장난감 등 경기에 민감한 소비재들이다. 디즈니 캐릭터나 스포츠 영웅들을 본떠 전투인형을 만드는 '큐-베이 카툰 앤 애니메이션'은 지난해 판매 수익이 20%나 감소했다. 미국 의류 브랜드인 '케네스 콜'과 '마크 피셔' 등에 신발을 수주하는 화젠그룹도 근 50%나 수익이 급감했다.
오늘날 두 나라의 '상호 의존성(mutual reliance)'은 냉전(冷戰) 시절 미국과 소련 간에 존재했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관계를 연상케 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진단했다. '상호확증파괴'관계에선 어느 한쪽이 먼저 핵 공격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파괴해도 상대방이 살아남은 핵무기로 선제 공격한 측을 보복 공격해 확실히 파괴할 수 있다. 즉 현재의 양국 경제는 상대 경제를 해치려 하면 먼저 자신부터 죽을 수밖에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중국은 미 국채를 8,000억달러 보유한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다. 하지만 '큰소리' 칠 수만은 없다. 약세인 미 달러화를 팔려고 해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섣불리 미 국채를 매각하려다가는 중국이 보유한 미 달러화 자산의 가치만 더 추락시킬 뿐이다. 말 그대로 '달러의 죄수'가 됐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이코노미스트인 위융딩(余永定)은 "우리는 코너에 몰렸다.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는) 무리한 정책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우리가 먼저 상처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니콜라스 라디(Lardy)도 "중국은 달러의 덫에 걸렸다"며 "중국이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막대한 빚에 묶여' 중국에 밉보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또한 중국은 미국에 '싼 물품'을 공급하는 대형 공장이다. 중국이 없다면 미국은 불황 때 고(高)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이코노미스트들과 정치인들은 "미국은 중국에 빚을 지고 있으며, 중국에 '경제 주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위안화 절상 등과 관련된 통화문제는 양국 모두에 영향을 준다"고 보도했다.
그럼 양국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옌쉐퉁 (閻學通)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누구도 미·중을 친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며 "둘은 맥도날드와 버거킹 같은 경쟁관계"라고 말했다. 또한 옌 소장은 "중국은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고 미국과 동일한 정치적 가치나 이상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그저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함께 사업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은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냉전이나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긴장감이 있는 관계"라면서 '이상한 커플(The odd couple)'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네스 리버설(Lieberthal)은 "양국이 서로 차이점을 보완하고 협력한다면 양쪽 다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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