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심장 크렘린
아침 일찍 일어나 크렘린궁으로 향한다. 모스크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곳.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쿠타퍄 탑 앞에 선다. 배낭이나 큰 가방, 렌즈의 지름이 70mm가 넘는 카메라는 크렘린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단다. 다행히 내 카메라는 무사히 통과가 된다.
모스크바는 방사선 모양의 도시이다. 그리고 그 방사선이 시작되는 중심에 크렘린이 있다. 크렘린은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러시아 역사와 문화의 총체이다. 12세기 중반 작은 성채였던 크렘린은 1156년 모스크바의 창건자 유리 돌고루키공이 목조로 된 요새를 건축하면서 시작되었고 15-16세기 지금의 성벽이 개축되었는데, 역대 황제들의 거처였고 현재까지도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이다.
우리가 대통령이 거주하는 궁으로 발걸음을 돌리려 하자 이미 우리 마음을 간파한 경찰이 인상을 쓰며 팔로 x자를 그린다. 일반인 통제구역이란다.
크렘린 궁 안의 병기고와 무기고 앞에는 대포들이 진열돼 있는데, 나폴레옹 군대가 들어왔다가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대포를 그대로 전시해 놓았다고 한다.
40톤이 넘는 거대한 대포도 한 대 있다. 역사상 한 대 밖에 없을 정도로 큰 대포와 대포알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거인족이 아닌 이상 이걸 어떻게 사용했을까 의문이 들어 문헌을 뒤적여 보니 1586년 만들어졌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한 번도 쏴보지 못하고 그냥 전시만 해놓았단다. 저 거대한 대포알은 누구를 향하고 있었을까.
크렘린 내 3대 성당
성모승천 성당, 수태고지 성당, 12사도 성당크렘린 궁 안 여러개의 성당 중 대표적인 것은 "성모승천 성당"이다. 러시아 국보1호 문화재이기도 하다. 화려한 금으로 장식된 동판에 새긴 그림과 은으로 된 대형 샹들리에를 볼 수 있다. 여기의 금과 은은 나폴레옹이 약탈해 간 것을 되찾아 와서 이곳에 사용했단다. 사진에는 3개의 돔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5개의 돔형 지붕을 가진 이 건축물은 러시아 정교의 중심이 되는 사원이자 역대 황제의 제관식이나 총주교의 임명식이 거행되었던 사원이다.
크렘린 건축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돔형 지붕은 교회의 정령을 상징하는데 5개의 돔 중에서 가운데에 있는 큰 돔은 예수 그리스도를, 둘레의 4개의 돔은 4명의 사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황제의 개인 예배사원으로 1484~1489년에 걸쳐 건축된 수태고지 성당은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그리스도의 잉태를 고지한 '성 수태고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곳으로써 제정러시아 시절 황제들의 가족 성당이었다.
1655-1656년에 건축된 12사도 성당은 아쉽게도 1963년 이후 17세기 응용미술의 박물관이 되었다. 전시품은 무기고에 수용될 수 없었던 서적, 용기, 의류, 가구 등 생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품목들이다.
크렘린에는 위에서 언급한 곳들 외에도 볼 것들이 더 있으나 세세한 안내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 코스인 붉은 광장으로 이동한다. 그곳은 내가 그토록 보고싶어 했던 성 바실리 성당이 있는 곳이다.
제니퍼와 함께 크렘린 궁의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한 후 밖으로 나가려는데, 동남아쯤에서 온 뚱보 여행객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종(종의 황제)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 모습을 보더니 제니퍼가 달려가 포즈를 취한다. 그녀 손가락이 그의 배를 꾹 누른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크렘린을 나서며 보니 SAMSUNG 광고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세계 곳곳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브랜드. 세상을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삼성뿐 아니라 LG, 현대, 기아 등 우리나라 기업 광고판을 만나면 언제나 뿌듯하다. 그러나 내가 만난 대부분 사람들은 이들 기업이 일본 혹은 유럽 업체인줄 안다. 세계 곳곳에서 한 몫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스스로 한국의 기업임을 부각시켜 우리나라를 좀 더 알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계속...
* 대한항공은 인천과 모스크바를 주3회 직항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로사 <A href="mailto:rosa@weeklyhk.com">rosa@weeklyh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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