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명 당 환자 10명
홍콩의 '간호사 부족' 문제가 사립병원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콩과 구룡의 사립병원들은 병원마다 간호사와 환자 비율의 격차가 크다. 일부 사립병원 간호사는 분신술이라도 써야 할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구룡지역에 위치한 한 사립병원 내과병동은 간호사 1명 당 9.6~12명의 환자를 돌봐야 해 간호사 1명 당 환자 4~6명으로 규정된 국제표준에 한참 미달한다. 간호사와 환자 비율이 1명당 12명 꼴인 일부 정부병원과도 다를 게 없다.
홍콩 간호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홍콩 정부병원은 간호사 1명당 12~16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으며 전문병동은 더 심각하다.
간호사 부족 현상은 정부병원과 사립병원을 비롯한 홍콩의 모든 병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간호사 부족 문제는 2000년부터 시작됐다며 홍콩 병원관리국이 비용 부족으로 인해 간호사 양성 학교의 문을 닫아 간호사 공급이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당국이 2008/10년에 간호사 학교를 다시 시작했지만 단기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간호사관리국 자료에 의하면 2008년 말까지 홍콩에 등록된 간호사는 9449명으로 2004년보다 3013명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자격증을 갖춘) 정식 간호사도 4262명이 줄어든 27998명에 불과하다.
Frontline Doctors Union 대표는 "최근 병원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의료진의 수요가 증가해 사립병원 역시 의료진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사립병원의 경우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는 만큼 의료서비스의 질이 너무 동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이 굳이 사립병원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사립병원연맹 대표는 병원별 간호사 및 인력 비율은 해당 병원의 병동 및 환자 수에 따라 배치된다며 만약 병원 인력이 부족하면 병원에서 탄력적으로 이를 처리해 환자가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위생서 대변인은 현재 사립병원의 전체 간호사와 환자 비율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일부 고위험 전문 서비스에는 간호사와 환자 비율에 대한 규정이 정해져 있다며 사립병원이 치료하는 질병, 병상수, 환자수 등을 참고해 인력 부족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특히 중환자실의 간호사와 환자 비율은 1:1을 넘어서면 안 되고,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면 그 비율을 1:2까지 낮출 수 있다.
산부인과의 경우 산모가 출산할 때엔 최소 1명의 조산사가 출산을 도와야 한다.
한편 사립병원이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 채용을 늘이자 정부병원의 간호사들이 사립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정부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최근 정부병원에서 간호사의 실수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는 것도 간호사 부족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환자권익단체 관계자는 "빈번한 의료사고는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경고 신호"라며 간호사 업무가 과다하면 환자에 대한 영향도 커지고 실수도 생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정부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상처 때문에 1시간 이상 고통을 호소하는 데도 간호사가 너무 바빠 이를 돌볼 틈조차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홍콩 병원관리국 자료에 의하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사립병원이 적극적으로 인력 확충에 나서자 정부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올 들어 벌써 636명의 간호사가 자리를 옮겼다.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클리홍콩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