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돼서야 스스로 용변 후 휴지 사용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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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의 중산층은 대부분 외국 가사도우미가 아이를 돌보지만 아이들이 가사도우미에게 버릇없이 대하는 경우가 많다. |
정부의 독생자녀제(獨生子女制)에 의해 외동으로 태어나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성장하여 이기적이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소황제' 문제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도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산층의 경우 자녀를 하나 또는 둘만 낳는데다 감히 고용주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아이를 돌보게 해 '지나치게 귀한' 소황제로 커가는 아이들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
홍콩 어디에서나 부모를 이기려 들고 뭐든지 제 맘대로 하려고 하거나 가사도우미를 때리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학생이 돼서도 신발끈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하고 스스로 샤워를 할 줄도 모른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방법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 이들이 바로 지나친 과잉보호 속에 자라나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전혀 없는 홍콩의 새로운 신세대 '港童(홍콩아동)'이다.
미국아동의 성장단계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4~5세 아동은 스스로 옷을 입거나 용변을 본 후 알아서 처리를 할 수 있고, 6~7세 아동은 혼자서 샤워를 하거나 잠을 잘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일부 홍콩 아동은 중학생이 되고 난 후에야 신발끈 묶는 법이나 샴푸, 용변 후 처리방법 등을 배우고 과잉보호로 인하여 힘든 것을 참지 못해 학교 가기를 거부하거나 학교에 가게 되더라도 아이가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며 늦잠을 자면 부모는 속도위반을 해가며 아이를 학교로 실어 나른다.
홍콩 건강정서센터(Hong Kong Mood Disorders Center) 임상심리학 추(鄒) 교수는 요즘의 홍콩 부모는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자녀 문제에 지나치게 긴장하는데다 아이의 양옆에서 가사도우미가 일일이 시중을 들어주기 때문에 신세대들의 자립심이 매우 결핍됐다며 "예전 부모들은 신발끈이 달린 운동화를 사주고 스스로 끈 매는 법을 배우게 했지만 지금은 가사도우미가 대신 매주거나 아예 끈이 없는 접착식 신발을 사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가 필요한 학생 중 30%가 자립심이 결여된 '港童'의 특징이 나타났다며 이런 학생들은 성적이 낮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등 다른 문제를 동반한 경우가 많았고 자립심도 차이가 심해 심각한 경우 중학교 3학년인데도 아버지가 씻겨주면서 그 시간을 family time이라고 부르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부모가 아이 혼자서 샤워할 줄 모르거나 신발끈을 매지 못하는 것을 사소한 일로 치부하고 어쨌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기면서 장래에 돈을 버는 일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아이의 낮은 자립심은 자신감과 자아형성에 영향을 주고 학업이나 발달에도 장기적으로 지장을 초래한다.
추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서야 용변 후 화장지를 사용하는 법을 배운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학생은 아직도 샴푸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고, 볼일 보고 뒤처리를 하는 법을 몰랐을 때는 아예 학교에서는 화장실에 가지도 않았다"며 '港童'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자립심 결핍 외에도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에 이 학생은 어려운 일은 피하려고만 들었다. 집에서 놀고먹으며 보살핌만 받다보니 학교 갈 때가 되면 늑장을 부리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지 않아 결국 부모가 운전기사에게 속도위반을 해서라도 학교에 데려다 주라고 하기도 했다. 학교에 가서는 체육시간도 힘들고 모기에 물릴까봐 무서워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을 했고 열흘이 넘게 등교를 거부하다 결국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자신이 다르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은 하지 못한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면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자아형성도 뒤떨어지게 된다. 어떤 일을 하던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을 느끼면 현실을 회피하게 되면서 결국 아이들의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추 교수는 "사실 현재 많은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나서도 혼자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랑 함께 자거나 학교 캠핑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등 독립심과 사회성이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서 '손을 놓는 법'을 배워야 자녀의 독립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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