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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 갈등 한국에만 있을까? (2)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1-26 12: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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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2호, 1월27일] 생활비를 둘러싸고     홍콩인에게 있어서 부모에게 드리는 생활비(家用)은 성인이 된 자식이..
[제112호, 1월27일]

생활비를 둘러싸고  
  홍콩인에게 있어서 부모에게 드리는 생활비(家用)은 성인이 된 자식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효도의 기준이며, 의무이며, 책임의 표현이다.  부모에게 있어서도 자식으로부터 생활비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혼해서 독립했다고 이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자는 결혼해서 가정을 가져도 반드시 부모에게 '家用'을 주어야 한다.  가정형편이 조금 어려워도, 부부 해외여행이나 레스토랑에서의 외식, 명품 구입 등을 자제해서라도 그 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홍콩의 며느리들도 시부모에게 주는 생활비는 "가계의 손실"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홍콩의 연금제도, 강제적립금제도(MPF)가 시작된 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년퇴임한 부모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저축한 돈과 자식에게서 받는 '家用'이 생활비의 전부가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은 금액을 아들에게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며느리와 시부모의 냉전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가령 서로의 불만이 폭발했을 때 사이에 껴있는 아들이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며느리와 시부모는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홍콩에서는 이'家用' 때문에 생기는 가정 내분은 그리 특이한 것이 아니다.

  아이는 누가 돌보나?
  '家用' 이외에 며느리와 시부모가 충돌하는 원인은 누가 아이를 돌보는가에 있다.  홍콩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성도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또 멀쩡한 젊은 여성이 일 안하고 집안에 들어 앉아 있는 것을 홍콩 사회는 편히 보아주질 못한다.  특히 한국여성이 홍콩남성과 결혼해 한국식으로 집에서 남편의 월급을 통째로 받아 생활하려고 하다간 큰 코 다친다.  남편도 절대 자신의 월급을 고스란히 주지 않을 뿐더러, 시댁 식구들은 자기 아들에게 얹혀 사는 무능한 며느리로 여겨 이만저만 눈치를 주는 게 아니다.

  사실, 홍콩에서 시댁이 무서워서, 혹은 남편이 통장 째로 월급을 주지 않아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홍콩에서 웬만큼 버는 남편 아니고는 남편 혼자 벌어 생활비에 집값, 아이 학비를 부담할 수 없는 형편이라, 스스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다.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있어 임신과 출산이라는 험한 과정을 거친 다음 맞는 또 다른 장애물은 '육아'다.  가정부의 보급이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는 조부모가 돌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중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친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 남자 쪽 가족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통상 남편의 부모가 아이를 돌보게 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시부모든 친정 부모든 손주 돌봐 달라고 할까봐 결혼 초기부터 아예 '아이 돌보는 일은 절대 사절'임을 못 박아 둔다고 하지만, 홍콩의 시부모 대부분은 손자와 같이 지내는 것을 매우 기쁘게 받아들인다.  사실, 이것이 노후를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기 때문에 손자를 돌보는 일은 대환영이다.  아들은 아들대로 자신의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게 되면 따로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지 않아도 되니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홍콩인 부부 사이에서 아내들은 아이를 적극적으로 친정 부모에게 의탁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친청 부모는 남편에게 있어서 집안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남편은 예의를 생각해 친정 부모에게 보답으로 용돈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친정 부모는 귀여운 손자와 같이 지내면서 부수입까지 생기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남편의 부모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항상 이래저래 사이에 끼어서 고생하는 사람은 한국이나 홍콩이나 바로 '남편'들 이다.  그런 싸움을 피할 한 가지 방법은 제 3자에게 아이를 돌보게 하는 것이다.  홍콩에서 외국인 가정부의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난 원인 중 하나가 사실은 며느리와 시부모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홍콩인 부부에서의 육아 문제는 '생활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한국인과 홍콩인의 가정에서는 국적이나 언어 교육에 대한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시부모는 아이가 한국어로 말하거나 아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전부터 시부모는 너는 '중국인이다'라는 의식을 심어주고, 아이가 자라 말을 띄엄띄엄 하면서 한국어로 말을 하려고 하면 더 열성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또 심지어는 한국어로 얘기하는 그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중국어로 정정해 주기까지 한다.  

  나 같은 경우, 아이가 여자 아이이고, 먼 훗날 엄마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 아이들이 보고 듣던 비디오 테이프를 얻어 내가 없는 낮 시간 동안 시어머니에게 틀어주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지만, 실은 내가 아침에 틀어주고 나와도 내가 나오는 동시에 비디오는 꺼지고, TV는 바로 중국 채널로 돌아가 버릴 것을 안다.  이 싸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를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어 벌써부터 학교 선정에 머리가 아파진다.  

  주위에서 권하는 대로 한국 학교에 넣자니 통학 거리가 멀기도 멀거니와 학비도 여간 비싼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아이를 한국 학교에 입학 시킬 때 우리 시부모님이 가만히 있을 리는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 역경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어떤 대책이든지 조만간에 내놓아야 하리라.

  한국 친구들은 나를 만나면 꼭 한 마디씩 한다.  자상하고 착한 홍콩남자에 시부모 간섭 없는 홍콩에서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이 지구상에 근심걱정 없는 천국이 어디 있겠는가?  부부간의 갈등, 시부모와의 갈등이 없는 가정은 또 어디 있으랴.  더구나 같은 동양권에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유교사상에 의한 남아선호사상이 적잖이 뿌리 내려 있는 중국(홍콩)인들과의 삶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고, 한 술 더 떠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로 인해 잊을 만하면 삐걱거리는 게 홍콩인과 결혼한 우리 한국인들의 삶이다.
(물론 삐걱거림 없이 행복하게 사는 커플들은 예외다.  부디 노여움 없으시기를....  이건 전적으로 삐걱거림이 가끔은 나른한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나 같은(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글 /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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