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라이프 코치에게서 온 편지(79) - 너와 나 그리고 우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6-04-20 12:45:39
기사수정
  • [제122호, 4월21일] 우리는 우리 식대로   평일 점심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패밀리 레스..
[제122호, 4월21일]

우리는 우리 식대로

  평일 점심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유명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한 가족이 모였습니다.  모처럼 함께하는 외식인지 음식을 주문하는 내내 그들의 얼굴엔 기대에 찬 미소가 흘러 넘쳤습니다.  빵과 샐러드가 곁들여 나온 전채요리를 먹던 아빠가 맞은
편에 앉아 주스를 마시는 아들을 유심히 바라보다 물었습니다.

  "넌 왜 음식은 먹지 않고 물로 배를 채우는 거냐?"
  "어제 앙리네 가서 보니까 샐러드를 밥 먹고 난 다음에 먹더라구요.  그게 좋아서 저도 이제부턴 그렇게 하려구요."
  "뭐라구? 그건 음식가지고 꽤나 별스럽게 구는 프랑스인 앙리네나 그렇게 먹으라고 해.  지금 가벼운 걸 먼저 먹어둬야 네가 시킨 더블치즈버거도 소화가 잘될거     아냐?  그러니 주스만 홀짝거리고 앉아 있지 말고 당장 그 샐러드부터 먹지 못하겠어?!"
  "…"

  새롭게 시도해보려던 식습관에 들떠있던 아들은 아빠의 날카로운 반응에 놀라 고개를 숙인 채 부지런히 샐러드를 씹어 먹었습니다.  아빠 옆에 앉아 빵을 만지작거리던 여동생도 오빠를 따라 슬그머니 샐러드를 집어먹기 시작합니다.  옆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은 그들로부터 황망히 눈길을 돌렸습니다.  용케 샐러드를 다 먹고 난 꼬마는 사뭇 자랑스런 기분이 들었는지 다시 웃는 얼굴을 해가지고 친구얘기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잘대기 시작했습니다.  금세 같이 신바람이 난 남매는 연방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그 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던 엄마가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식사는 항상 조용히 하는 거다.  그렇게 떠들면 안 된다고 엄마가 늘 말했잖니?"
  "아녜요, 식사시간은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기 때문에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해야 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맞지 오빠?"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이 그렇게 종알대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아빠는 얼마나 시끄럽겠니?  순전히 너희들 때문에 피곤한 것도 참아가며 여기 온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럼 선생님이 말씀하신 가족간의 대화는 언제 해요?"
  "흠...어쨌든, 식구끼리 밥 먹는 시간엔 절대 떠들지 않는 거다.  누가 뭐라든간에 우린 우리 식대로 사는 게 제일 좋은 거야.  너희들은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된다."

  보험회사 광고에 나올 법한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선 그들은 깍듯하고 바른 자세로 식사를 마치고 아무런 기척도 없이 돈을 내고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주변 테이블의 주위를 끌 만큼 귀여운 남매와 화기애애한 가족의 분위기.  식사중인 그들 주위에 맴돌던 침울한 기운이 그들이 가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듯한 테이블.  친구의 국적을 들먹이며 핀잔을 주는 대신 아이가 샐러드를 나중에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남매의 마음에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대화를 묵살하는 대신 부모도 애써 함께 참여했다면 그들은 어떤 다른 모습으로 식사를 하고 레스토랑을 떠날 수 있었을까요?


잿빛 바지 블루스

  "여보, 나도 요즘 유행하는 청바지 하나 사서 입어볼까?"
  "그게 무슨 청바지 옆구리 터지는 소리예요?  지금이 70년대고 당신이 통기타 가수로 데뷔를 한다면 모를까, 나이 30이 넘어서 입는 청바지는 주책의 대명사란 걸 명심해욧!"
  "허구헌날 똑같은 바지를 입는 것도 지겨워서 그래.  난 홀쭉하고 다리가 길어서 청바지가 잘 어울린다며?"
  "유효기간 지난 얘기는 잘도 기억하시는군.  당신은 눈두 없수? 눈 씻고 주위를 둘러봐요.  품위 있는 중년남자치고 촐싹맞게 청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나.  당신이 버진의 리차드 브랜슨도 아니잖우?  그러니 줄세운 기지바지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예요.  오케이?"
  "그래도 입고 싶다면?"
  "청바지 입은 당신이랑 같이 다닐 일은 없을 테니 그런 줄 알아요.  원래 하던 스타일대로 사는 게 당신 신상에도 좋을 테니까 남들이야 뭘 입고 다니든 아예 관심 끊으슈."

  이제 40의 중반에 들어선 H는 혼자서 청바지 가게를 지날 때마다 괜한 반항심이 피어오름을 느낍니다.  아내의 으름장이 생각나 번번이 빈손으로 나오곤 했어도 '에잇, 까짓 거 하나 사버려?'하는 터프한 마음에 리바이스 매장을 들락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다 지나다니는 동년배들을 보면, "품위 있는 중년남자"치고 시퍼런 청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아내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입니다.  20년을 하루같이 입어온 유니폼 같은 잿빛의 바지들이 이젠 좀 다르게 살고픈 그의 마음을 옥죄어 주눅 들게 하는 족쇄처럼 얄밉게만 보입니다.

  요즘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해주자는 말의 의미를 떠올릴 때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자고 나면 더 빨라진 세상의 다변화 속도에 척척 보조를 맞추지 못해 뒤처져 갈등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기 때문인가 봅니다.  어느새 익숙해진 모습을 버리고 다른 식으로 살겠노라고 선포하는 사람은 듣는 이의 가슴에 놀라움과 우려의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런 놀라움과 우려의 안개 너머에 있는 원경을 보지 못해 불안한 시각은 상대를 기존의 그 자리에 고정시키기에 급급합니다.  주위에서 불편해 할 만큼 너무 변하지도 말고 어제보다 티 나게 자라지도 말고 지금껏 해온 그대로 살아가면 순탄할 거라고 설득하고 타이릅니다.  서로를 편하고 익숙한 모습으로 붙들어놓고 유지하느라 우리가 잃고 사는 아쉬운 것들.  서로의 성장을 지지하는 결단과 용기, 애정 어린 혜안을 싹틔우는 초록의 4월이 되길 빕니다.


라이프 코치 이한미 ICC CTP (T: 2647 8703)
veronica@coaching-zone.com
www.coaching-zone.com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