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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3주 - Barrister (법정 변호사)와 Solicitor (사무 변호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09-01 18:42:25
  • 수정 2018-08-02 18: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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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Equality (평등)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키스 조셉(Keith Joseph)과 조나단 섬션(Jonathan Sumption)이 함께 쓴 책으로, 영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진정한 부의 평등을 이루기 위하여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한다는 영국 노동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1979년에 출판된 책으로 당시 키스 조셉은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의 최측근이자 보수당의 정책담당을 맡았던 인물이니 우리나라로 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당시 대처리즘(Thatcherism) 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유명했던 마가렛 대처 정부의 경제정책을 거의 혼자서 구상한 사람입니다. 1979년에 그가 만든 선거공약으로 대처는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되어 수상이 되었습니다.

조나단 섬션은 당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였습니다. 이후 교수직을 사직한 후 변호사로 전직했고, 21세기 영국이 낳은 최고의 법률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토니 블레어 정부의 자문역할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를 변호하는 등 유명한 사건은 도맡아 해결한 인물입니다.

지난 2012년에 영국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입니다. 영국에서는 판사가 되려면 처음엔 변호사 또는 검사로 시작해 수년간의 활동 후 판사로 임명될 수 있으며 그 후 대법관까지 승진하려면 수십 년간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뛰어넘고 변호사에서 대법관까지 단번에 직행한 사람이 바로 조나단 섬션입니다. 영국 법조 역사상 그와 같은 경이적인 승진은 반세기만에 처음 있었을 정도로 보기 드문 일이죠.

그렇게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던 중 누군가가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분 이셨는데 사전에 아무런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방문한 이유를 여쭈니 무작정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30분 정도 자초지종을 듣고는 다음 날 찾아오시라고 하고는 보내드렸습니다. 저한테는 새로운 사건의 의뢰인이 될 수도 있는 분을 돌려보낸 이유는 제가 ‘사무 변호사(Solicitor)’가 아닌 Barrister 즉 ‘법정 변호사’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영국과 홍콩 등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들의 변호사는 두 분류로 나누어집니다. 첫 번째는 법정에 서서 실제로 변론을 하는 법정 변호사(Barrister)이고, 두 번째는 직접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간단한 자문 및 서류준비 등의 업무를 하는 사무 변호사(Solicitor)입니다. 제가 그 손님을 돌려보낸 이유는 법정 변호사가 사무 변호사 없이 혼자 의뢰인에게 돈을 전제로 법률 자문을 해주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법정 변호사는 말 그대로 법정 안에서의 법률 서비스를 담당합니다. 법정에 서서 실제로 변론하는 사람이 바로 Barrister입니다. 따라서 배리스터(barrister)들은 법률지식은 물론 언어의 달인이어야 하며 소송에 관련된 전반적인 전략수립 및 진행을 책임집니다.

사무 변호사는 주로 법정 밖에서의 법률 서비스만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소송을 위해 배리스터가 필요로 하는 각종 서류 및 증거물들을 의뢰인과 협의해 준비한다든가 공증업무를 수행하는 등의 일이 사무 변호사의 주업무입니다. 따라서 영국이나 홍콩에서 IPO(주식상장), M&A(기업합병), 공증 등 법정 밖에서의 일을 하는 변호사들은 모두 솔리스터입니다. 솔리스터에게는 고등법원을 포함한 상위 법원에서 직접 재판에 참여해 변론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배리스터나 솔리스터 모두 법률 자문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각자 고유의 업무 영역이 나뉘어져 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키스 조셉과 조나단 섬션도 슬리스터가 아닌 배리스터였습니다. 마가렛 대처 수상, 토니 블레어 전 수상도 배리스터였고, 인도의 정치가이자 민족 운동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도 배리스터였습니다.

얼핏 번거로워 보이는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배리스터는 의뢰인을 위해 법률자문도 하지만 특히 상담한 사건이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에는 솔리스터를 통해 사건의 내용 및 증거자료 등을 전달받음으로써 해당사건에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오로지 사실관계와 그에 적용되는 법률만을 근거로 법률자문 제공 및 재판에 임합니다.

이러한 배리스터와 솔리시터는 공존관계입니다. 솔리시터가 의뢰인의 요청으로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배리스터에게 의뢰를 하여야 하고, 배리스터는 솔리시터가 의뢰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사건을 소개해야 사건을 수임하고 법률자문 및 소송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찾아온 손님은 다음 날 제가 소개해드린 솔리시터와 다시 찾아오셨고 저는 솔리시터 입회하에 함께 상담을 한 후에야 비로소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상담 문의 바랍니다. 상담료는 받지 않습니다.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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