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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홍콩변호사(법정변호사)의 법률칼럼 9주 - 약속, 그리고 계약 (본론) - 계약의 해석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7-10-14 00:03:07
  • 수정 2018-08-02 18: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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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몇 주간 계약이 형성되기 위하여 필히 존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계약이라는 것은 꼭 서면으로 작성..
지난 몇 주간 계약이 형성되기 위하여 필히 존재해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계약이라는 것은 꼭 서면으로 작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계약의 존재 여부는 법원의 객관적인 관점에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상에서 발생하는 민사, 상사 관련 분쟁들에는 서면으로 작성된 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분쟁의 경우에 법원은 여러 증거들과 사건의 정황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서면으로 작성된 계약서가 존재한다면 사건의 해결은 해당 계약서 해석의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는 정확하게 작성하여야 하고 그 내용이 법원이 판단하기에도 명확하여야 합니다. 계약서가 정확하게 작성되지 않았다거나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들이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은 자체적으로 그 조항들을 해석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고, 소송의 결과는 변호사들의 역량에 맞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계약서라는 것의 본질은 분쟁을 예방하는 데 있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제대로 작성된 계약서 하나가 모든 분쟁을 방지하고 나아가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승소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문서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계약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계약법의 기본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바로 보통 사람(Reasonable Person)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입니다. 계약서에 적힌 조항들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판사는 계약 당사자들의 계약 체결 당시 의도를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계약의 당사자들에게 계약 체결 당시의 개인적인 의도에 대하여 물어보지 않습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들의 주관적인 의견(Subjective Test)은 철저히 배제된다는 말입니다. 이것의 보통법(Common Law)에서 적용되는 계약 해석의 기본입니다.

수백 년간 판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계약법은 수많은 판례들 속에 그 법리들 (Legal Principles)이 숨어있지만, 큰 틀에서 계약의 해석에 대한 법리는 영국 대법원의 BCCI v 알리 (BCCI v Ali)라는 유명한 판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BCCI v Ali의 판결문에서 영국 빙엄 대법원장님 (Lord Bingham)은 "계약 당사자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법원은 각 계약 조항들에 포함된 단어와 문장들을 전체적으로 읽고 해석하며, 각 단어에는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각 사건의 앞뒤 정황에 가장 적합한 해석을 채택한다."라고 말하셨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맡았던 여러 계약 관련 분쟁들 중 한 가지 조항의 해석을 놓고 재판 중 관련 조항에 포함된 한 단어의 뜻을 놓고 상대측 변호사와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법정에서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많은 변호사들이 한 단어의 일상적이고 자연적인 의미 (Natural and Ordinary Meaning)를 논하기 위해 사전에 정의된 해당 단어의 뜻을 인용합니다.


예를 들자면 "house"와 "household"라는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둘 다 똑같이 "집"이라는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house"는 물질적인 의미의 집이라는 뜻을 부여했고 "household"는 이론적인 의미의 집, 또는 가정이라는 뜻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었던 "피고와 원고가 실제로 같은 집에 살았었나"라는 질문에 "household"라는 단어를 쓴 계약 조항은 곧 피고와 원고가 꼭 같은 집에 "거주"하였다 하더라도 "같이 산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하였습니다. 사실상 피고와 원고 모두 한 지붕아래 살았지만 한 침대에서 자지 않았고 여러 객관적 정황상 한 가정을 꾸렸다고 보기는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한 집에는 살았지만 이론상 한 집에 산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household"가 아닌 "house"라는 단어를 썼더라면 법원은 "피고와 원고가 같이 살았다"라고 다르게 해석했을 수 도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필자에게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법전이 아닌 영어사전에 전적으로 의지했던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에 임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계약서가 법원이 해석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경우입니다. 즉 계약서가 명확하고 완벽하게 작성된 경우라면 아무리 억울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법원 역시 다르게 해석할 명분이 없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계약서가 명확하게 작성된 경우에 법원은 아무리 계약이 한쪽에 불평등하게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그대로 계약의 합법성을 인정합니다. 일부러 비용을 내고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변호사를 쓰는 이유는 계약을 명확하게 작성하고, 나아가 분쟁 시 수백 배로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비용들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서민들 그리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보통법이지만 때로는 한쪽에 억울하게 작성된 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며 때로는 완벽해 보이는 계약서라도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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