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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21주 - 홍콩의 차별금지법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1-19 10:42:35
  • 수정 2018-09-26 14: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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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중학교 시절 영국이라는 선진국에 처음 유학을 가서 실망했던 이유는 그 나라에도 어김없이 존재했던 차별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자라온 배경이나 피..
 

필자가 중학교 시절 영국이라는 선진국에 처음 유학을 가서 실망했던 이유는 그 나라에도 어김없이 존재했던 차별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자라온 배경이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조롱을 당할 때면 내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번 들었지만 필자의 공부를 위해 고생하시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속으로 꾹 참았던 기억이 납니다.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다행히 필자에게는 드문 일이었습니다. 같이 유학을 왔던 다른 한국인 친구는 하루가 멀다하고 인종차별로 고생하였고, 나중에는 자신의 피부색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명목상 영국의 국가 원수 (Head of State)인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대중 앞에서 수 없이 강조했던 영국의 다민족 (Multiethnic), 다문화 (Multicultural) 사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일이 터졌던 건 고등학교 진학 후였습니다. 2학년 불어 시간, 교실 맨 뒤에 앉아있던 영국인 친구가 조용히 공부하던 필자에게 인종차별이 섞인 조롱을 수업 내내 하였고, 결국 수업이 끝난 이후 분을 못 이겼던 필자가 먼저 싸움을 시작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아무런 징계없이 넘어갔지만 필자에게는 외국에 나와 처음으로 깊은 외로움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대에 진학해 진절머리 나던 고등학교와는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인종차별로 인한 괴로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친구들과 강의실로 걸어가던 중이었습니다. 누군가 큰 소리로 인종차별이 섞인 말을 필자를 겨냥해 하였고, 필자는 평소처럼 무시하고 태연히 갈 길을 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같이 걸어가던 친구들이 누구먼저 할 것 없이 그 사람에게 달려가 필자를 대신해 언쟁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복도가 울릴 정도의 큰 언쟁이 벌어졌고 가해자는 결국 기가 죽은 채 뒷걸음쳐 도망갔습니다. 대학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그리고 그렇게 지성인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대학에 온 것을 처음 피부로 느낀 날이었습니다.

 

홍콩은 1996년에 만들어진 기회 균등 위원회 (Equal Opportunities Commission)를 통해 네 가지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각종 차별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바로 성차별금지법 (Sex Discrimination Ordinance), 장애인차별금지법 (Disability Discrimination Ordinance), 가족상태차별금지법 (Family Status Discrimination Ordinance) 그리고 인종차별금지법 (Race Discrimination Ordinance)입니다.

 

차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인과관계 (Factual Causation)라는 것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Factual Causation이란 쉽게말해 A라는 것으로 인해 B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종의 법률상의 시험을 말합니다. , 누군가를 차별하는 행동 또는 언행이 존재하였고, 그로인해 그 누군가가 정신적 또는 금전적 불이익을 받았다면 그 사실상의 인과관계 (Factual Causation)가 인정되어 차별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홍콩의 차별법들이 적용되는 상황들도 다양합니다. 직장에서는 물론 교육환경, 대중시설, 클럽 또는 동호회 활동 등 누군가의 성별이나 장애, 가족관계, 임신 그리고 피부색에 기반하여 차별하는 행위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 벌금형은 없습니다. 차별을 한 것이 인정될 경우 무제한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직장에서 차별을 당한 경우 대부분 항의없이 넘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그로인해 받을 추가적인 부당 대우가 두려워서입니다. 하지만 홍콩은 이 역시 법으로 방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법령들에는 따돌림 또는 부당 대우 (Victimization)을 규제하는 조항들도 포함되어 있어 차별에 대한 항의나 고소, 또는 차별을 당한 직장동료를 도와주기 위해 법정에서 증언이나 목격자 역할을 하였다는 이유로 고소인 또는 이해 당사자들에게 부당대우를 하는 것 역시 엄격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당한 경우에는 기회 균등 위원회 (Equal Opportunities Commission)에 신고를 하거나 지방법원 (District Court)에 가서 정식 고소장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차별이 인정될 경우 법원이 제공하는 구제책 (Remedy)들도 다양합니다. 해당 차별을 바로 잡는 법원 명령, 예를들어 피해자를 복직 시킨다거나 차별로 인해 하지 못했던 승진을 강제 명령할 수도 있으며, 차별로 인해 받았던 정신적 손해배상도 인정합니다.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반장 엄석대에게 굴복하여 그의 권력과 부정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새로운 담임교사에게 불려나가 모두 두들겨 맞고 혼쭐이 납니다. 그런데 그 처벌의 이유가 참 걸작입니다. “빼앗겨도 빼앗긴 줄 몰랐고, 불의를 보고도 힘을 합하여 맞서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 한번쯤은 인종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면,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오셨다면 이제는 법을 알고 그러한 불의에 당당히 항거하시길 바랍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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