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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27주 - 물품매매와 묵시적 조항 (Implied Term)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3-21 12:03:25
  • 수정 2018-09-26 14: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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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품매매법 (Sale of Goods Law)이라는 상사법 분야는 보통법 체계 (Common Law System)의 뿌리가 되는 영국에서도 유난히 자부하는 법 분..
물품매매법 (Sale of Goods Law)이라는 상사법 분야는 보통법 체계 (Common Law System)의 뿌리가 되는 영국에서도 유난히 자부하는 법 분야입니다. 몇백 년이 넘는 시간동안 영국의 판사들이 판례를 통해 관련된 법리들을 만들어 왔고, 오늘날 수 많은 영연방 국가들 (The Commonwealth)에서도 널리 적용되고 있는 것이 영국의 물품매매법입니다. 지금과 같이 국제통상무역을 통한 물품매매가 당연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영국의 물품매매법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에서는 1952년 영국의 물품매매법 관련 법리들을 자체 개정하고 성문화한 통일상사법전 (Uniform Commercial Code)이라는 것을 만들어 국내외 물품매매와 관련하여 일어나는 분쟁들을 해결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통을 중요시하는 영국에서는 아직도 상당 부분 물품매매법 관련 법리들을 판례로 유지하고 있으며, 몇 세기에 걸쳐 오랜 기간 그 신뢰도가 인정된 법리들만 법령으로 만들어 성문화하였습니다.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자연스럽게 영국의 법을 물려받아, 물품매매법의 상당부분은 불문법인 판례로 유지하고, 이미 영국에서 성문화된 법령은 고스란히 홍콩의 법령으로 만들어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를 통과해 성문화된 법령이 1893년에 만들어진 영국의 물품매매법령 (Sale of Goods Act)입니다. 물품매매시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계약상의 조건들을 법령으로 명시,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 1896년에 홍콩 국회를 통과한 홍콩의 물품매매법령 (Sale of Goods Ordinance)입니다.

물품매매법의 근본이 되는 법 분야는 역시 계약법입니다. 무역이나 거래를 통해 물품매매라는 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매자 (Buyer) 와 판매자 (Seller) 사이에 1차적인 계약이 체결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물품매매계약이라는 특정 계약을 규제하기 위해 물품매매법이라는 새로운 법의 분야가 계약법 아래 생겨난 이유는 물품 (Good)이라는 것은 서비스 (Service)와 함께 오늘날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물품이라는 것의 사멸성 (Perishability) 그리고 유형성 (Tangibility)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쉽게 부패하거나 손상될 수 있는 물품이라는 것의 특성은 법률상의 분쟁이 일어나기 쉬운 최적의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국제 해운을 통해 특정 물품을 대량 구매하고, 30일이 넘는 해상운송을 통해 배달받은 물품이 손상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경우, 또는 물품에 대한 대금은 이미 지불하였지만, 배달받은 물품이 전에 받아보았던 표본샘플과 많이 다른 경우 등 생겨날 수 있는 법률상의 분쟁들을 다루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물품매매법입니다.

홍콩 물품매매법령 (Sale of Goods Ordinance)이 제16조항은 거래되는 물품이 보통사람 (Reasonable Person)의 관점에서 적상품질 (Merchantable Quality), 즉 매매가 가능할 정도의 상품성이 있는 물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모든 물품매매 계약의 묵시적 조항 (Implied Term)으로 강제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계약서에는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더라도, 배달 받은 물품의 품질이 거래 불가능하거나 그 상품성이 손상된 경우 적상품질의 물품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러한 물품을 배달한 판매자는 계약의 위반을 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또, 앞서 말한 제16조항은 배달 받은 물품이 구매 목적에 적합한 물품 (Fit for Purpose)이어야 하다는 묵시적 조항도 강제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산 커피기계를 대량으로 구매하기 전, 해당 기계로 네덜란드 식 드립 커피 (Drip Coffee)도 만들려고 한다는 구매 목적을 사전에 통보하였으나, 배달받은 커피기계가 드립 커피를 만들기에는 부적합한 기계라는 것이 확인된 경우에 역시 묵시적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물품매매법령 제15조항은 포장 패키지 위에 묘사된 물품이 실제 내용물과 일치할 것에 대한 묵시적 조항도 강제 인정합니다. 포장지에는 100% 캐시미어 (Cashmere)라고 묘사되어 있지만, 물건을 받아보니 80%만 캐시미어이고, 나머지 20%는 면 (Cotton)으로 만들어진 스웨터일 경우에도 판매자는 묵시적 조항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제17조항은 샘플에 대한 묵시적 조항입니다. 대량 구매 전 받아본 물품의 표본샘플과 실제 받은 물품의 다를 경우, 이 역시 샘플과 실제 물건이 같아야 한다는 묵시적 조항이 위반된 것입니다.

이처럼 정의를 중요시 하는 보통법에서의 물품매매법은 상당부분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물품매매법의 발전에 선두주자인 영국의 기존 식민지로서 혜택과 이득을 얻는 곳이 홍콩인 것입니다. 2015년 영국은 기존 물품매매법과 관련된 법리들과 법령들을 통합하고 더욱 단단하게 만든 소비자권리법령 (Consumer Rights Act)를 만들었습니다. 해는 지고 대영 제국은 없어졌지만 영국이라는 나라가 영연방 국가들을 잇는 금빛 실타래 (Golden Thread)인 또하나의 단적인 예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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