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28주 - 물품매매와 본권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3-21 12:04:55
  • 수정 2018-09-26 14:34:50
기사수정
  • 물품 (Good)이라는 것은 서비스 (Service)와 함께 오늘날 상사법 아래 거래되는 유일한 두가지입니다. 물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有形)의 생산품을..
물품 (Good)이라는 것은 서비스 (Service)와 함께 오늘날 상사법 아래 거래되는 유일한 두가지입니다. 물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有形)의 생산품을 말합니다. 반면 서비스는 물품처럼 만질 수는 없는 무형(無形)이지만, 물품과 같이 같이 돈을 주고 제공 받을 수 있는 일정한 도움이나 이득을 말합니다. 이 두가지가 국제무역이나 통상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두가지 모두 특정한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국제통상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대부분의 거래 주제들은 물품 (Goods)입니다. 이렇게 무역을 통하여 거래되는 물품들은 대부분 대량으로 배달되며, 보통 해상운송이나 도로수송, 그리고 가끔은 항공운송을 통해 배달됩니다. 이렇게 물품매매와 오랜시간 나란히 발전되어 온 법을 물품매매법 (Sale of Goods Law)이라고 합니다. 서비스거래를 제외한 오직 물품거래 시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보통법 상의 법리 (Legal Principle)나 법령 (Legislation)들을 일컫는 하나의 상사법 분야입니다.

물품매매 또는 거래에서 흔하게 문제가 되는 것이 "본권" (Legal Title), 즉 거래되는 물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본권과 관련하여 가장 흔하게 적용되는 법리가 있는데, 바로 "네모 닷" (Nemo dat) 법리라고 합니다. Nemo dat이란 라틴어 문구 "Nemo dat quod non habet"을 줄인 말로, "그 누구도 자신이 갖지 아니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라는 법리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특정한 물품에 대한 소유권 (또는 본권)이 없는 사람은 그 물건을 남에게 팔 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1973년 영국 고등법원 판례 "그린우드 v 베넷" (Greenwood v Bennett)에서는 고급 재규어 (Jaguar) 차량 한대를 소유한 베넷이라는 사람이 자동차 수리를 위해 자신의 차량을 승용차 수리공에게 맡기었고, 차량을 수리하던 수리공이 해당 재규어 차량을 하퍼 (Harper)라는 제3자에게 팔았던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하퍼는 같은 차량을 재정비하여 그린우드라는 금융회사에게 더욱 비싼 값에 팔아 넘겨 이익을 챙겼습니다.

해당 판례에서 법원은 애초부터 처음 차량을 팔았던 수리공에게는 재규어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없었으므로, 구매자 하퍼에게 해당 차량을 팔 수 없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계약을 파기하였습니다. 나아가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차량을 구매했던 구매자 하퍼 역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을 건네받을 수 없었던 것이었고, 이후 하퍼로부터 차량을 구매했던 금융회사 그린우드 역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이 없던 하퍼로부터 해당 차량을 구매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앞서 말한 Nemo dat 법리, 즉 "그 누구도 자신이 갖지 아니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라는 법리가 적용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Nemo dat 법리는 실제 오늘날 국제통상무역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영국의 보통법 (Common Law)을 물려받은 홍콩의 본권 또는 소유권관련 분쟁에서도 요긴하게 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리가 항상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만은 아닙니다. 최초 판매자에게 해당 물품에 대한 소유권이 없었다라는 사실을 몰랐던 무고한 구매자들은 Nemo dat 법리의 적용에 의해 자신들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당한 사례들을 방지하게 위해 법원은 오랜 시간에 걸쳐 Nemo dat 법리의 예외 (Exceptions)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홍콩의 물품매매법령 (Sale of Goods Ordinance) 제23(1)조항에는 물품의 소유주가 다른 사람, 예를 들어 대리인 또는 중개상 (Agent)에게 자신의 물품을 매각할 권리를 주었을 경우, Nemo dat 법리를 적용하여 이미 매각된 자신의 물품을 회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판례에서 만약 재규어 차량의 소유주가 자동차 수리공에게 차량을 매각할 권리를 부여하였다면 자신의 차량를 다시 돌려받을 수 없었을 것이었습니다.

또, 법원의 명령을 통해 물품이 매각된 경우에도 Nemo dat 법리의 적용은 금지됩니다. 물품매매법령 제23(2)(b)조항은 법률상의 파산이나 부채 청산을 위하여 법원 명령을 통해 소유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물품이 매각된 경우에도 Nemo dat법리를 적용하여 이미 매각된 물품을 회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에 존재하는 수 많은 법리들에도 항상 따라오는 예외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리들 역시 때로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평성을 중요시 여기는 보통법에서는 이렇게 "예외"라는 것을 만들어 정의를 관철하는데 노력을 기울입니다. 계속해서 다음주에는 Nemo dat 법리의 다른 예외들을 살펴보고, 나아가 물품 매매와 관련된 다른 법리들을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 위클리 홍콩(http://www.weeklyhk.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0
스탬포드2
홍콩 미술 여행
홍콩영화 향유기
굽네홍콩_GoobneKK
신세계
NRG_TAEKWONDO KOREA
유니월드gif
aci월드와이드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