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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34주 - 법과 용어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4-24 11:59:15
  • 수정 2018-09-26 14: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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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국어 어휘의 70% 정도를 차지하고있는 한자처럼 영어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언어가 있습니다. 바로 라틴어 (Latin)입니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
오늘날 국어 어휘의 70% 정도를 차지하고있는 한자처럼 영어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는 언어가 있습니다. 바로 라틴어 (Latin)입니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했던 언어로, 영어를 비롯한 불어, 독어 등의 유럽문화권 언어들의 기초가 되는 언어입니다. 한자역시 국어를 포함한 중국어, 일어 등의 기반이 되는 주춧돌 문자로서 한자문화권 나라들의 경제전성시대에 그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한자와 라틴어, 두 고대 언어들의 진정한 가치는 두 언어에서만 실현 가능한 "간결함"입니다.

다가오는 6월 13일은 지방 선거의 날입니다. 곧 각 당 후보들은 정신없이 선거유세에 힘을 쓸 것이고, 또 이 즈음이면 정치인, 공무원들이 선거전후 자주 사용하는 말인 "국민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다"라는 말이 난무할 것입니다. 같은말을 영어에서는 "The voice of people is the voice of God"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국어와 영어에서는 다소 긴 문장을 한자와 라틴어를 사용하면 훨씬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자를 사용하면 "민심 (民心)은 곧 천심 (天心)이다"가 되고, 라틴어를 사용하면 "Vox populi, vox Dei"가 됩니다. 이러한 언어의 간결함을 실현 가능케 하는 것이 한자와 라틴어의 힘인 것입니다.

이러한 두 언어들의 중요성은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나 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한때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어려운 시험으로 인정되었던 사법시험은 한자를 모르면 문제조차 읽지 못하던 시험이었습니다. 읽는 것에도,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서술하는 데에도 한자가 필수였던 시험이었고, 1963년 최초로 시험이 치러진 이래 2015년까지 약 70만명이 도전하였지만 이중 2만 609명만이 법조인의 꿈을 이룬 시험입니다. 지금까지의 합격률은 2.93%에 불과합니다. 어제자 신문에는 얼마전 도입된 한국의 변호사 시험에서 처음으로 50% 미만 (49%)의 합격률이 나왔다고 합니다.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법 (Common Law)의 근원이 되는 영국에서도 한자와 같이 중요시되는 언어는 라틴어입니다. 필자의 생애 첫 법대 강의는 영국에서 공법전문가로 유명하신 헬렌 페닉 교수님 (Professor Helen Fenwick)이 진행하셨던 기본적 인권 (Fundamental Human Rights)에 관한 공법강의었는데,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라틴어가 마치 당연하다는 듯 섞인 수업이었습니다. 법대에서의 첫 수업을 따라가지 조차 못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 강의 후 곧바로 수업 내용을 공부하기 위해 법대 도서관에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도서관에 도착해 해당 과목의 참고서를 찾아 수업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서의 첫 장을 열었지만 혼란은 가중되었습니다. 첫 장부터 라틴어가 쓰여진 참고서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의 법 체계를 물려받은 홍콩에서는 상당부분 라틴어에 대한 중요성은 줄어들었지만 역시 법이라는 분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한자가 중요시됩니다. 홍콩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데에는 라틴어를 몰라도 큰 어려움은 없지만 법대를 나와 변호사가 된 후 현지의 사건들을 수임하기 위해선 중국어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이 높은 영국계 "매직 써클" (Magic Circle) 로펌들의 홍콩지사에 취직하는 것도 중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처럼 한자문화권에서 중국어는 현실인 것입니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이라도 꿀 수 없는 현실이 있는 법입니다. 바로 중국어 없이 홍콩 주재 대형로펌들에 취직하려는 것입니다.

대형로펌에 취직하여 사무 변호사 (Solicitor)가 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어가 없다면 업무에 지장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기업이나 의뢰인들을 상대로 일을 하는 팀에서 근무하지 않는 이상 중국어 없이 영어만을 사용하여 변호사일을 한다는 것은 오늘날 홍콩의 사무 변호사 세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법정 변호사 (Barrister)의 길을 택한다면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현실과의 타협은 어느정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현지업무, 즉 홍콩인, 중국 본토인들을 상대로한 시장은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구의 대부분이 중국인인 홍콩에서 홍콩 법률시장과 중국 법률시장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변호사들에게 언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법에 대한 전문지식보다 경쟁력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의 중요성이 법에 대한 논쟁을 전문으로 하는 법정 변호사들보다 사무 변호사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무 변호사들은 의뢰인들과 더욱 가깝게 일을 하고 연락을 하는 변호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법정 변호사는 사건을 법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법적인 논쟁에만 집중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의뢰인으로부터 직접 수임을 하고 의뢰인과 가깝게 일을 해야하는 사무 변호사의 경우는 그만큼 언어를 많이 알수록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홍콩에서 변호사가 되길 꿈꾸는 학생들이 중국어를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필자가 영어라는 것을 처음 공부하였을 때는 단순히 그 언어만을 배우는 것이 아닌 영어로 된 글과 음악,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라틴어를 공부하였을 때는 보통법의 뿌리가 되는 영국에서의 정통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문학과 학문, 그리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법정 변호사)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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