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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39주 - 행복할 권리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5-30 14:57:26
  • 수정 2018-09-26 14: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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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경의 창세기 (Genesis)를 보면 이브가 금지된 과일을 따먹고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예전부터 이 사건을 Felix Cul..
성경의 창세기 (Genesis)를 보면 이브가 금지된 과일을 따먹고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예전부터 이 사건을 Felix Culpa라고 불렀습니다. 라틴어인 Felix Culpa는 영어로는 "Happy Fault"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행복한 잘못"라는 뜻입니다. 신이 금지한 과일을 먹음으로써 인간은 고생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는데 이것을 행복한 잘못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인간은 이러한 잘못을 범함으로 인하여 그리스도의 부활이라는 것과 또 그것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종교에서 강조하는 행복의 중요성은 예수님이 태어나시기 전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인간이 중요시 여겼던 기본 덕목였습니다. 서양철학의 기둥이 되는 공리주의 (Utilitarianism)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변호사들 세계에서는 이혼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을 조롱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혼전문 변호사들이야 말로 진정 누군가의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호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혼이야 말로 지금 당장에는 가까운 가족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줄 수 있는 결정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사자들에게 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어떠한 사람들은 공리주의에 따라 미리 이혼을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결정을 행동에 옮기기도 합니다. 자식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 자식들이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혼을 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최소화하고, 이해를 얻기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실제 필자가 맡았던 이혼 사건들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복잡한 법과 판례보다는 이혼소송으로 인해 불가피한 영향을 받을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변호사들에게도 이혼사건이 유난히도 개인적인 감정을 배재하기 힘든 사건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고 행복할 권리가 있는 법입니다. 또 이혼은 앞서 말했듯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결정일 수 있습니다.

홍콩의 이혼법령은 영어로 Matrimonial Causes Ordinance라고 합니다. 해당 법령 제11A조항을 보면 이혼을 할 수 있는 근거, 즉 이혼사유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바로 홍콩에서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가지 이상의 이혼사유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홍콩법에는 총 다섯 가지의 이혼사유가 있는데, 바로 불륜 (Adultery), 불합리한 배우자 행위 (Unreasonable Behaviour), 쌍방 동의하 1년 별거 (1 Year Separation), 동의 없는 2년 별거 (2 Year Separation) 그리고 배우자 1년 이상 가출 (Desertion)입니다.

이 중 한가지 이상의 이혼사유가 존재한다면 가정법원 (Family Court)으로부터 이혼을 할 수 있는 법적인 허가를 받게되고, 이후 위자료 및 보조금지원에 대한 판결로 넘어갑니다. 소송에서는 이 부분을 "금전적 부분", 또는 Financial Part라고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이혼사유와는 관련이 없는 부분입니다. 즉 배우자가 외도를 한 사실이 밝혀져 이혼을 하게 되었더라도 이것으로 인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위자료나 보조금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보통법에서는 바로 이것을 “No-Fault Divorce”, 즉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이혼”이라고 합니다. 즉 보통법에서 이혼소송의 목적은 이혼의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자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최대한 감정적인 소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이혼절차를 이끌어 내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위자료나 보조금은 영어로는 "Ancillary Relief"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재정적 궁핍으로 인한 한쪽 배우자의 어려움을 완화해주기 위해 법원이 허락하는 부수적 혜택입니다. 적용되는 법리는 간단합니다. 양쪽 배우자의 소득수준과 앞으로의 예상 지출 및 경비를 고려한 후,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배우자에게 위자료나 보조금을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혼법은 법보다는 산수에 가까운 업무영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 매력없고 재미없는 법 분야입니다.

하지만 필자 역시 변호사로서 때로는 개인의 입맛과는 별개로 사건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 법입니다. 모든 법정 변호사들에게 적용되는 수임의 규칙 (Cab-rank rule), 즉 "자신의 능력내 수임 가능한 사건은 수임료나 개인적 감정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수임한다"라는 규칙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문이 아니더라도 필자가 이혼 사건을 수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 세상 모두에게는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고, 모든 변호사들에게는 누군가의 행복과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근본적인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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