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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46주 - 늑대와 양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7-17 10:25:46
  • 수정 2018-09-26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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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원전 6세기에 태어나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던 이솝 (Aesop)이라는 사람은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습니다. 그가 생전 저술한 이야깃거리들을 모아놓은 것을 바로 ...
기원전 6세기에 태어나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던 이솝 (Aesop)이라는 사람은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습니다. 그가 생전 저술한 이야깃거리들을 모아놓은 것을 바로 "이솝우화" (Aesop's Fables)라고 하는데, 그 중 한가지 우화는 "늑대와 양" (The Wolf and the Lamb)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루는 배고픈 늑대가 양을 찾아와 자신이 양을 잡아먹어야 할 이유들을 나열하였습니다. 그 이유들은 바로 양이 그동안 잘못한 것을 나열한 것이었는데, 모두 얼토당토 않은 이유들이었습니다. 양은 이런 늑대에게 하나하나 따져가며 반박을 하였고, 자신에게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였습니다. 결국 양을 잡아먹을 이유를 찾지 못한 늑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양을 잡아먹습니다.

"It was someone in your family anyway. But no matter who it was, I do not intend to be talked out of my breakfast".

(어쨌든 너희 가족 중 한사람이 잘못을 한 것은 확실하다. 그게 누구든 난 오늘 내 아침을 굶을 생각이 없다.)

이 우화는 바로 모든 논리와 이치가 통하지 않는 사회적 억압과 독재를 비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어떠한 법적인 방어나 논리도 통하지 않는 부당한 사회는 고대 그리스 시절에도 존재했던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처형할 이유를 찾지 못하면 이유를 억지로 만들어 내서라도 누군가를 처형하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 오늘날의 독재 국가나 공산 국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유일하게 논리와 이치가 통하는 민주주의 도시가 바로 홍콩인 것입니다.

오늘날의 중국은 어쩌면 위의 늑대와 양의 우화에 비교하기엔 많이 개선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변함없는 색깔은 아직까지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입니다. 하지만 그 중국 안에 존재하는 홍콩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영국으로부터 보통법 (Common Law)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행정자치구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또는 SAR)입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체결된 국제 조약이 있는데 바로 "홍콩 반환 협정" (Sino-British Joint Declaration)입니다. 그리고 이 조약에 따라 오늘날에도 인정되는 법칙이 바로 "일국양제체제" (One Country, Two Systems)라는 것입니다. "일국양제체제"란 한 국가안에 두 체제를 허용한다는 뜻으로, 중국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안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체제를 공존시키는 것을 말하며, 이에 따라 홍콩행정자치구는 반환 이전 영국의 보통법 체계 (Common Law System)에 근거, 자치구 내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선출된 입법기관 (Legislative Council)을 통해 법령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홍콩의 입법기관 및 입법절차는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Basic Law) 제 73조 1항이라는 법적근거를 통해 그 합법성이 인정됩니다. 입법기관에 선출된 의원은 홍콩 국회에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그렇게 절차를 통해 의원발의 된 법안은 세번의 의회 독회 (Reading)을 통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홍콩의 현지 법령을 “Ordinance”라고 합니다.

이렇게 홍콩은 자치구 내의 법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홍콩에서 발생하는 모든 형사나 민사소송들은 홍콩내에서 해결됩니다. 홍콩의 최고 상소법원인 종심법원 (終審法院 또는 Court of Final Appeal)은 이렇게 홍콩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사 또는 형사 사건들을 해결하는 마지막 법원인데 매년 법령에 대한 추가 해석이 불가피하거나 수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사건들만을 다루는 법원입니다.

하지만 홍콩의 최고법원인 종심법원도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법률 분야가 있는데, 바로 "헌법" (Constitutional Law)입니다. 헌법이란 민법과 형법과는 별개로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가장 고위 법률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헌법에 대한 문제만 특별하게 다루는 법원인 "헌법재판소"가 있는데, 홍콩의 경우에는 이러한 헌법의 문제 발생 시 최고 상위 법원인 종심법원에게 그 결정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Standing Committee of the National People's Congress 또는 NPCSC)에게 있습니다. 즉 홍콩의 민사나 형사에 대한 최종 판결권은 사법부 최고 종심법원에 있지만, 헌법에 대한 최종 판결권은 사법부가 아닌 중국의 정치기관인 NPCSC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해 따지자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헌법재판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 그것도 소수 의원들로 만들어진 작은 정치적 모임에 있는 격입니다. 늑대와 양이 생각나는 얼토당토 않은 시스템인 것입니다.

이처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확연히 존재하는 홍콩의 사법부에는 정작 제일 중요한 헌법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없고 소수 중국의 정치인들로 구성된 조그만 모임회에 그 결정권이 있는 것입니다. 홍콩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의 이웃인 홍콩 자국민들이 매일같이 시위를 하는 이유입니다.

최근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선서" (Oath)관련 소송은 홍콩에서 선출된 몇몇 의원들이 헌법상의 선서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은 홍콩 공화국 (Republic), 즉 중국에서 독립된 홍콩이라는 별도 "국가"의 의원이라고 말하여 시작된 사건이었는데, 이 문제 역시 헌법과 관련된 문제로 홍콩의 최고법원인 종신법원이 아닌 중국의 소규모 정치집단인 NPCSC에서 최종적으로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안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아직 홍콩은 늑대의 무서운 아가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입니다. 홍콩인들이 아무리 반발을 하더라도 제 갈길을 가는 중국은 마치 늑대가 양들의 논리적 방어와 이치에 일일히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홍콩에서 우리 한국 교민들과 여행객들은 자신의 싸움이 아닌 것에 관여하지도, 신경쓰지도 않는 것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우리는 홍콩인도, 중국인도 아닌 한국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오늘날 홍콩의 정치 상황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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