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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50주 - 불법 점유와 법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08-14 12:51:22
  • 수정 2018-09-26 12: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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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같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대를 유지하는 곳에서도 단돈 1원 한푼 지불없이 땅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불법 점유 ..
홍콩같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부동산 가격대를 유지하는 곳에서도 단돈 1원 한푼 지불없이 땅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불법 점유 (Adverse Possession)라는 법리 (Legal Principle)에 따라 가능합니다.

영국으로부터 보통법 (Common Law)라는 것을 물려받은 홍콩에서도 자연스레 불법 점유의 법리는 적용됩니다. 불법 점유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떠한 땅을 소유하지도, 또는 그 땅에 있을 권리도 없는 사람이 일정기간 그 땅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그 땅의 진짜 주인이 그것을 내버려 두었을 경우 그 땅의 소유권을 불법 점유자에게 준다는 법리입니다.

부동산법을 공부하다보면 자주 나오는 법률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Possession is nine-tenth of the law”라는 문구인데, 번역하면 “소유는 법의 10분의 9이다”라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실질적인 점유자에게는 법적 소유권자보다 우위의 권한이 있다”라는 말입니다. 고대 로마법 중 “소유권”을 다루는 법인 “Usucapio” (우수카피오)에서 유래된 이 법리는 자연스레 영국의 보통법으로 진화되었고, 오늘날에는 국회에서 정식 법령으로 통과시킨 법리입니다.

불법 점유를 하는 사람을 법에서는 “Squatter”, 즉 “불법 거주자”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 남의 땅이나 건물에 허락없이 거주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홍콩에는 Limitation Ordinance (제한 법령)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의 제7조를 보면 “누구도 12년이 지난 후 자신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되찾을 수 없다”라는 조항이 나옵니다. 바로 불법 점유 법리를 법령으로 만든 것입니다.

불법 점유 법리가 성립하기 위해선 세가지 조건이 충족 되어야 합니다. 첫째, 12년이라는 시간동안 한번도 끊김없이 불법으로 거주 또는 점유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실제 자신이 그 땅이나 건물에 살며 실질적으로 점유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그 땅이나 건물을 소유하겠다는 분명한 의도 (Intention)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어찌보면 간단해 보이는 조건들이지만 남의 땅을 그렇게 쉽게 갖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12년이라는 기간을 끊임없이 소유하고 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실제 법적 소유자가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않는 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2030년까지 12년간 누군가의 땅이나 건물에 불법으로 거주하겠다는 계획으로 그 건물을 점유한다 하더라도 2028년에 그 땅의 주인이 법적인 제제나 법원의 퇴거 (Eviction) 명령을 받아 건물에서 쫓아내려 한다면 그 12년 기간은 끊긴 것이 되므로 지속적인 (Continuous) 점유의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2006년 홍콩 판례 Wong Kar Shue v Sun Hung Kai Properties (웡카슈 v 선헝가이)에서 한 부부는 1979년부터 한 아파트에 불법으로 거주하기 시작하였고 1983년 아내가 돌아간 이후에도 남편 혼자 지속적으로 그 곳에 거주한 케이스였습니다. 2000년에 남편 역시 저 세상으로 돌아간 후 해당 아파트의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일어났는데, 원래 법적 주인이었던 선헝가이는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두 부부가 해당 아파트에 불법으로 20년이라는 시간동안 거주를 하였고, 그 기간동안 원래 법적 주인은 어떠한 법적 제제도 가하지 않았으므로 불법 점유 법리에 의해 그 아파트의 소유권은 두 부부의 자녀들에게 유산되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불법 점유라는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 또하나 중요한 부분은 바로 해당 점유가 “불법”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논리를 뒤집어 풀어보면 “합법”적인 점유의 경우에는 불법 점유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만일 임대차계약을 통해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매달 임대료를 지급하며 합법적으로 거주를 하고 있다면 이것은 “불법 점유”에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임대료를 내지 않았고, 집주인도 이것에 대해 까먹고 12년간 어떠한 제제도 가하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 그 시점부터 12년이 시작되어 12년 후 해당 아파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홍콩처럼 2-3평 되는 공간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어려운 곳에서 돈 한푼 지불없이 집 한채를 장만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법이란 것은 때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생겨난 누군가의 권리도 인정하는 법입니다. 필자는 역시 이러한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랜 시간과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불법 점유의 법리도 무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불법으로 누군가의 땅에 거주한 사람에게 그 땅의 소유권을 주는 것은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법일지 모르지만 오랜 기간 그곳에 거주하였고, 또 자신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12년이란 시간동안 관리를 소홀이 한 법적 주인에게 어떠한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은 필자에게도, 독자에게도 있는 것이 아닌 법을 만드는 홍콩의 입법부 (Legislative Council)에 있는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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