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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60주 - 무료변론 (Pro Bono)와 기회균등 (Equality of Opportunity)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8-10-23 11:56:47
  • 수정 2018-10-23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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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변호사 (홍콩변호사) 입니다.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법이라는 학문이 매력있어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무료변론” (Pro Bono 또는 프로보노)이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수천, 수억원의 돈을 받고 변호를 할 수 있음에도 금전적 여유가 없는 이들을 위해, 또는 정의를 위해 무료로 변호를 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린 필자에게 꽤나 멋있어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무료변론”이라는 뜻의 Pro Bono (프로 보노)라는 것는 라틴어 “Pro Bono Publico”라는 문구에서 온 것으로 그 뜻은 “공익을 위하여”, 영어로는 “For the Public”이라는 말입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을 위하여 변호사로서 봉사를 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실제 라틴어가 공통언어였던 고대 로마의 변호사들은 돈을 받지 않고 누군가를 변호하는 일을 자주 하였습니다. 대부분이 귀족가문 출신들이라 금전적인 여유도 있긴 하였지만 무엇보다 공익을 위해 자신의 법적지식과 웅변술을 기증하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 로마의 최대 웅변가로 평가받는 마르쿠스 키케로 (Marcus Cicero)는 그 웅변술이 너무 뛰어나 당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입니다.

이러한 웅변, 즉 법정에 서서 직접 말을 하고 누군가를 변호하는 일을 오늘날 물려받은 사람들이 바로 홍콩과 영국의 법정 변호사 (Barrister)들입니다. 본지 3째 주 법률칼럼에서 다뤘듯 영국과 홍콩에서는 법정변호사들에게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변론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법정 변호사가 아닌 또다른 변호사들은 “사무 변호사” (Solicitor 또는 솔리시터)라고 하는데, 하위 법원 이상부터는 변론을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의뢰인과의 대화를 통해 사건의 자료를 수집하고 준비하여 법정변호사와 함께 법무를 진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영국과 홍콩의 법정 변호사들도 그 시작은 무료변론이었습니다. 애초 법정변호사 (Barrister)라는 직업은 영국의 귀족가 출신들이 공익을 위해 자신들의 법적지식과 웅변술을 기부하는데서 시작된 직업입니다. 법정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입는 법복 (Gown 또는 가운) 뒤에는 조그마한 주머니가 있는데, 바로 오래전부터 무료로 변론을 하고 나오는 법정변호사들에게 의뢰인들이 조그만 선물을 넣어주던 주머니입니다. 엄지손가락정도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의 아주 작은 주머니입니다.

법대를 진학해 졸업 후 법정 변호사가 된 필자가 오늘날 바라본 “무료변론”의 철학적인 뿌리는 아무래도 “기회균등” (Equality of Opportunity)이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는 것은 “결과균등” (Equality of Results)과는 별개로 굉장히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풀이해보면 누구에게나 대학에 진학할 수능시험을 볼 기회나 그것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는 똑같이 주어져야 하지만, 시험의 결과까지 평등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만일 시험의 결과가 누구나 만점을 받는 결과균등 (Equality of Results)의 사회라면 그 누구도 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회는 발전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료변론도 이러한 기회균등이라는 것에 기반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개인의 금전적 여유와는 별개로 모두에게는 공정한 법률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결과까지 균등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에서 누군가는 이기고, 져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무료변론의 문화가 오늘날 끊긴 이유는 이러한 “무료변론”이라는 것을 자청해 사회에 봉사하려고 하는 변호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잘못을 한 사람들도 아프면 의사에게 치료를 받고, 법정에서는 변호인을 통해 변호를 할 권리가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것을 무료로 해준다는 이유로 의사, 변호사들을 비판하여 무료로 변론을 하던 변호사들도 돈을 받고 변호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회입니다. 의사나 변호사들은 돈을 받던 받지않던 단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일 뿐이고, 누군가 한쪽이 마음에 들어 그쪽 편에 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닌, 단지 자신들에게 오는 의뢰인들의 선착순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것을 공익을 위해 무료로 제공하면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러한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면 이러한 비난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무언가 공익을 위해 제공하는 것이 마치 한쪽을 개인적으로 지지하고 편을 드는 것이라는 “추정” (Assumption)이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내일도 홍콩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무료변론서비스 (Duty Lawyer Service)의 일원으로 무료변론과 무료법률자문을 제공할 필자와 같은 많은 법정변호사들은 이러한 “추정”에 굴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무료로 누군가를 변호한다는 것은 단지 공익을 위해 자신에게 찾아온 의뢰인을 위해 보람된 봉사를 하고싶은 마음에서이지, 어떠한 특정 의뢰인을 지지하거나 편애하여 무료로 변호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Barrister)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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