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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69주 - 서명 없는 계약 (Unsigned Written Term)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1-02 18:30:27
  • 수정 2019-01-02 1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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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변호사 (홍콩변호사) 입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필히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필히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법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입니다. 국제무역이나 통상적인 거래, 또는 가까운 사이 돈을 빌려주는 형태의 약속에도 꼭 필요한 것이 계약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계약을 쉽게 생각하여 변호사의 도움 없이 쉽게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신의 기본적인 상식에 기초하여 가볍게 검토만 하고 서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상대방만 믿고 계약 체결에 가장 중요한 서명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이미 구두상으로 모든 약속을 했고,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 하나로 일을 진행하였으나, 나중에 보니 상대방은 계약서에 서명도 안한 경우도 종종 일어납니다.

이렇게 계약서를 생각하면 상호간의 동의를 거친 조항들과 계약적 의무를 지겠다는 의미로 서로의 서명을 기입하여 공식적인 문서의 형태로 계약적 효력을 발생하게 합니다만, 때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혹은 서명을 하지 않아도 다양한 형태로써 계약적 효력이 발생하는 상황 있습니다.

이렇게 서명이 없는 계약 조항 (Unsigned Written Term) 들은 주로 티켓 뒷면에 적힌 주의사항, 어떠한 장소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 가게의 벽에 걸린 공고문 등의 형태로 자주 그 효력이 인정되는데, 이렇게 서명 없이도 계약 조항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가지의 전제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쨰는 시간에 대한 문제입니다. 어떠한 계약의 조항에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항에 대한 통지는 상대방에게 반드시 계약을 하기 전, 혹은 그 당시에 전달해야 합니다.

영국판례 Olley v Marlborough Court Ltd (올리 대 말보로 코트, 사건번호: [1949] 1 KB 532) 에서 원고는 호텔에 묵는 동안 항상 자신의 방 키를 프론트에 맡기고 외출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키를 맡기고 외출을 한 사이, 방안의 귀중품들을 도난 당하고 마는데, 호텔 측에서는 화장실 문 안쪽에 “방안에서 도난 된 귀중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경고문이 있다고 반박하며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화장실 문 안쪽에 경고문이 서명이 되지 않은 계약 조항으로써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계약을 체결 했을 당시, 다시 말해서 원고가 호텔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방을 제공받았을 당시, 혹은 그 전에 반드시 원고에게 경고문의 존재가 통보 되었어야 한다며 원고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두번째 조건은 계약적 효력이 발생 가능한 문서 (Contractual Document)의 존재여부입니다. 일반적인 사람 (Reasonable Person)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계약적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형태의 계약적 문서여야만 서명이 없어도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 Chapelton v Barry Urban District Council (채플만 대 배리 지방자치 의회, 사건번호: [1940] 1 KB 532)에서 피고는 원고가 해변에 놀러가 빌린 갑판 의자가 더럽혀지자 계산 했을 당시 발행된 티켓에 적힌 공지사항을 언급하며 손해보상을 요구하였습니다. 티켓에 적힌 공지사항에는 의자를 빌려간 자가 어떠한 사고나 부주의에 의한 손해배상을 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법원은 일반적인 사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티켓은 그저 영수증에 지나지 않았으며, 계약적 효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조건은 합당한 통지 (Reasonable Notice)의 여부입니다. 서명 없는 계약에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 (General Rule)이 되는 전제 조건으로, 서명 없는 조항에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선 반드시 “합당한 과정”을 거쳐 상대편에게 해당 조항의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특히, 해당 조항이 상대편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쓰였있거나 (Non-Comprehended Language), 혹은 조항이 굉장히 특이하여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Unusual or Onerous Terms) 내용이 포함 되었을 경우에는 더욱이 계약을 체결할 당시 상대방에게 조항의 존재를 알려야 합니다.

관련판례 Interfoto Picture Library Ltd v Stiletto Visual Programmes Ltd (인터포토 대 스틸레토, 사건번호: [1989] QB 433)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7장의 사진을 빌려주며 배달 인수증에 몇가지의 계약 조항을 적어 놓았습니다. 그중 두번째 조항에는 “모든 사진들은 배달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14일 이내에 반드시 회수 되어야 하며, 만약 그 기한을 넘겼을 시에는 하루에 각 장당 £5 파운드 (한화 약 만원)의 부가가치세(VAT)가 추가된다”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소포를 받았을 당시 배달 인수증에 적힌 계약 조항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약속된 기한을 한참 넘겨 £3,783.5 파운드 (한화 약 550만원)의 연체금을 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해당 조항이 특이하고 상대방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성격을 띄고 있다고 판단,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 조항의 존재를 합당한 과정을 통해 알려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는 배달 인수증에 조항을 붙이는 것 이외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조항은 계약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고, 연체금은 무효화 되었습니다.

이처럼 관련 법리에 따라 계약서 체결 당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반드시 그 계약에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라는 것의 본질은 미래에 소송을 방지하는 데 있는 것이고, 이는 즉 확실한 변호사의 검토를 통해 해당 계약의 효력과 의미를 분석하고 상대방과의 상호 동의를 통해 서명 및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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