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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법정변호사(홍콩변호사)의 법률칼럼 72주 - 물품매매와 본권, 그리고 법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19-02-28 10:08:18
  • 수정 2019-02-28 10: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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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변호사 (홍콩변호사) 입니다. 필자의 아버지께서는 요즘도 가끔 필자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70대에 있었던 조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

안녕하세요? 이동주 법정변호사 (홍콩변호사) 입니다.

필자의 아버지께서는 요즘도 가끔 필자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70대에 있었던 조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곤 합니다. 조부께서는 당시 하시던 사업을 위해 열심히 영업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하루는 어려운 일을 성사시키시기 위하여 바나나 한송이를 사들고 거래처 사장집에 방문하셨다고 합니다. 그집에 도착해 비싸게 사가셨던 바나나를 건네며 인사를 하셨는데, 자기네 애들은 먹을 바나나가 많다며 인사도 못 받고 문전박대를 당하셨다고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신 조부께서는 바로 바나나를 쓰레기통에 던지시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는데, 바로 그 이유는 남에 집 자식들이 먹지않고 버린 바나나를 차마 본인 자식들에게 먹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요즘 바나나는 아무리 집에 사 놓아도 거들떠도 안보는 과일이지만 과거 한국에서는 굉장히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다고 합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나나 한 송이가 만원이 넘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 물가로 치자면 지금의 5만원, 6만원인 셈입니다. 그 비싼 바나나를 거침없이 쓰레기통에 버리신 것은 아마 그보다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크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 바나나가 비쌌던 이유는 당연히 변하지 않는 경제학의 논리때문이었습니다. 수입되는 바나나 수량에 비해 수요가 현저히 많았으니 가격이 올랐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비쌌던 바나나는 사과나 배같은 과일보다 부패도 빠르게 진행되어 아껴먹겠다고 두었다가 먹지도 못하고 버린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번 먹어보기도 힘든 바나나가 시간이 흘러 대량 수입되자 반대로 가격이 급하락 하였습니다. 당시 국제무역이라는 것이 활성화 되면서 많은 수입물품들에게 일어난 자연스러운 변화였습니다.

이렇게 무역이나 거래를 통해 물품을 사고파는데 적용되는 오래된 보통법 (Common Law) 법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모 닷" (Nemo Dat) 법리입니다. Nemo Dat이란 라틴어 문구 "Nemo dat quod non habet"을 줄인 말로, "그 누구도 자신이 갖지 아니한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라는 법리를 뜻합니다. 한마디로 특정한 물품에 대한 소유권 (또는 본권)이 없는 사람은 그 물건을 남에게 팔수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Nemo Dat 법리는 실제 오늘날 국제통상무역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영국의 보통법 (Common Law)을 물려받은 홍콩의 본권 또는 소유권관련 분쟁에서도 빈번하게 적용됩니다. 한국에서 중국이나 홍콩에 물건을 수출, 수입하면서 계약서의 준거법을 홍콩법으로 지정해놓은 경우에도 주요하게 적용되는데, 보통 물품을 구매할 대금을 지급했음에도 물건을 받지 못하는 사례에 자주 적용되는 법리입니다. 애초에 물건을 소유하지 않은 판매자가 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하였으나, 소유권이 없었던 것으로 판명되어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최초 판매자에게 해당 물품에 대한 소유권이 없었다라는 사실을 몰랐던 무고한 구매자들은 Nemo Dat 법리의 적용에 의해 자신들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당한 사례들을 방지하게 위해 법원은 오랜 시간에 걸쳐 Nemo Dat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 (Exception)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필자는 앞으로 몇 주간 이 Nemo Dat 법리의 “예외”들에 대하여 논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돈을 주고 물건을 수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판매자 (Seller)가 해당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경우, 법으로부터 어떠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나아가 국제무역을 통해 아시아 금융허브로 발전한 홍콩은 어떠한 법령 (Ordinance)들을 통해 자신들의 무역업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법이라는 것 안에는 수 많은 법리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법리들 만큼이나 많은 예외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리들 역시 때로는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형평성을 중요시 여기는 보통법에서는 이렇게 "예외"라는 것을 만들어 정의를 관철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동주 법정 변호사 (홍콩변호사)는 Prince's Chambers에서 기업소송 및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임의중재를 포함한 국제상사중재, 국제소송 및 각종 국내외 분쟁에서 홍콩법에 관한 폭넓은 변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동주 변호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법을 잘 몰라 애태우는 분들을 돕고자 하오니 칼럼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 홍콩에서 사업이나 활동을 하면서 법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 홍콩의 법률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 이메일을 통해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정 변호사 이동주
Kevin D. J. Lee
Barrister-at-law
Prince's Chambers (http://www.princeschambers.com.hk)
E: kevinlee@princeschambers.com.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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