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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홍생] 142년 역사, 홍콩의 상징 ‘스타 페리’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5-13 1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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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전 지켜야 할 살아있는 유산

얼마 전 홍콩의 명물인 스타 페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뉴스 헤드라인을 읽고 깜짝 놀랐다. 놀란 마음에 바로 내용을 읽어보니 지난 3년 동안, 홍콩 시위와 코로나바이러스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상황을 전해 듣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떠올릴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지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빅토리아 하버를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빌딩숲 앞에 초록색 페리가 하버를 가로지르는 모습이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항상 이런 사진의 엽서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홍콩을 대표하는 상징인 스타 페리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니, 스타 페리와 함께 자라온 나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다.

 

 

나의 어릴 적 추억 속에는 항상 스타 페리가 있었다. 학교에서 스쿨 트립을 가거나 가족 소풍을 떠날 때면 항상 스타 페리를 타고 청차우섬이나 팽차우섬, 라마섬 등 인근 섬에 놀러 갔었다. 어린 꼬꼬마 시절, 토큰 발권기에서 직접 토큰을 발권하는 것을 좋아해서, 항상 부모님께 돈을 받아 발권기까지 뛰어가 온 가족의 토큰을 발권하곤 했다. 아마도 어른의 도움 없이 어린 내가 직접 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일이었기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토큰 발권기가 있지만, 이젠 옥토퍼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토큰을 발권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끔 터미널에서 이 토큰 발권기를 보게 되면 발권기 앞에 서서 토큰을 꺼내는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스타 페리는 나에게뿐 아니라 모든 홍콩인들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 중 하나다. 지금은 MTR 지하철이 홍콩 전역을 잇고, 해저터널도 여러 개 뚫리면서 빅토리아 하버를 횡단하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자연스럽게 페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스타 페리처럼 머리를 스치는 바닷바람을 느끼며 홍콩의 멋진 마천루를 즐길 수 있는 감성적인 교통수단은 없다. 


 

스타 페리가 있기 전 옛 사람들은 삼판(돗단배 또는 퉁선과 유사한 작은 배)을 타고 빅토리아 항구를 오갔다. 1870년 Grant Smith란 남자가 영국에서 나무 선박을 들여와 비정기적으로 하버를 오가는 서비스를 운행했지만, 1880년 인도 출신 기업가인 Dorabjee Naorojee Mithaiwala가 모닝스타란 이름의 증기선 한 척으로 정기 페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스타 페리가 시작되었다. 이후 1989년에 Catchick Paul Chaterr경이 4척의 증기선을 사들이면서 Star Ferry Company가 비로소 탄생했다. 오늘날까지 홍콩의 교통수단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 페리는 홍콩 현대사를 관통하며 역사적 사전에 늘 함께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페리가 전쟁 포로를 수송하는 용도로 동원되기도 했고, 미국군에 의해 바다에 침몰하기도 했다. 1966년 영국 식민 통치 시대에는 하버를 횡단할 수 있던 유일한 수단이었던 페리 요금을 인상하자, 요금 인상 불만이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홍콩 곳곳에서 반영(反英)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 다음 해인 1967년, 중국 문화혁명 열기와 맞물려 홍콩 사상 최대 대영 저항 운동으로 이어졌다. 


1949년 10월, 하버를 건너는 페리 Haywood Magee/Getty Images

올해로 142년의 역사를 맞이한 스타 페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과거 증기선에서 시작해 지금의 디젤 전기 엔진 시대로 변화해오면서도 외관은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의 사회적·경제적 발전 속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난 와중에도 스타 페리처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외관뿐 아니라 마린 복장의 선원들이 밧줄을 던져 부두에 있는 말뚝에 밧줄을 감아 정박하는 스타일도 옛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어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스타 페리가 고집스럽게 본모습을 지켜나갔기 때문에 오늘날 홍콩을 대표하는 명물이 된 것이다. 

 Anthony Kwan, The New York Times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이자 하버를 오가는 출퇴근자들의 발인 홍콩의 명물 스타 페리는 한때 하루 7만 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정치적 혼란과 팬데믹이라는 악재 앞에서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스타페리 회사는 홍콩 시위가 시작된 2019년 중순부터 지금까지 HK$7000만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 첫 두 달 동안 페리를 이용한 승객 수가 100만 명으로 급감해 3년 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 70%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David Chow 대표는 재정적 타격으로 직원 급여조차 지급할 수 없어 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재정 상태의 일반 회사였더라면 아마 진즉에 폐업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 페리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대표성 그리고 홍콩 5대 재벌인 Peter Woo의 Wharft Holding가 가지고 있는 스타 페리 운영권 덕분에 스타 페리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온갖 풍파 속에서도 그 명맥을 계속 이어온 스타 페리가 설마하니 없어지겠냐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거나 발길이 끊긴 살아있는 유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스타 페리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오랜만에 페리를 타본다. 초록색 벽에 삐꺽거리는 나무 갑판, 손때 묻은 갈색 의자.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맡는 이 바다내음, 은근한 디젤 냄새,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 바다 수면에 비치는 건물의 불빛과 오색찬란한 네온사인. 이 모습과 감성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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