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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Park의 교육칼럼] 홍콩 시민들의 한국 문화 수용력
  • 위클리홍콩
  • 등록 2022-08-26 11:01:44
  • 수정 2022-08-26 15: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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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참 다양한 학습자를 만나게 된다. 문화적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교육 정도, 종교와 학습 동기 등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라는 표현이 딱 적합하다. 다른 요소들은 차치하고 학습자의 동기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학습 동기는 크게 1)교육 2)일 3)가족 4)취미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교육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한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삼거나 현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습자와 연관성이 있다. 둘째는 한국 혹은 현지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앞으로 하려고 하는 자들과 관련이 있다. 셋째는 배우자가 한국인이거나 입양한 자녀가 한국인인 경우 그리고 재외동포 자녀들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넷째는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로서, 이들의 학습 동기에 한류가 큰 역할을 해왔다. 지금은 K-pop의 위상이 강해져서 한류를 끌고 가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K-drama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일본인 학습자들의 대부분은 네번째 항목에 해당했다. 물론 한국어 전공자, 재일교포 3세들도 있었지만 많은 수의 학습자들이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그 중 <옥탑방 고양이>의 여자배우를 좋아하여 한국어 학습을 시작한 중년의 학습자, <겨울 연가>의 남자배우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를 배우게 된 초로의 학습자가 기억에 남는다. 하던 일을 잠시 뒤로 미루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 습득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그들의 실행력이 솔직히 부러웠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홍콩에서 만난 학습자들 유형 또한 일본인 학습자와 유사하다. 드라마나 K-pop 등 대중문화를 좋아해서, 드라마 속 한국의 문화가 흥미로워서 등 문화적 관심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가 많다. 일본인 학습자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드라마와 K-pop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문화적 수용 능력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이들은 노란색 양은 냄비를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거기에 라면을 끓여서 먹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별에서 온 그대>를 쫓아 한국식 치킨을 맛보기 위해 침사추이로 가고, 영화 <타짜>를 보고는 ‘화투’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그들의 요청에 따라 ‘화투 클래스’를 2회 제공한 적도 있다). 

 

일반 시민들의 문화적 수용 능력은 더욱 뛰어나다. <런닝맨> 멤버들이 했던 ‘이름표 떼기’ 게임이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캠프에서 성행하고, <오징어 게임>에 등장했던 녹색 체육복이 할로윈 코스튬으로 란콰이퐁을 뒤덮었으며, ‘달고나’ 열풍이 다양한 형태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홍콩의 인기 가수 그룹 ‘Mirror’의 콘서트에는 한국 팬클럽 회원들이 사용하는 야광봉이 등장하거나 관련 상품들이 판매되는 한국 스타일의 응원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며칠 전 지인과 함께 사무실 근처 차찬탱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뽀로빠오’(菠蘿包)를 들고 온 직원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앳되어 보이는 청년으로,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저는 중국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접시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지인과 나는 그 청년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한국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일 줄 알면 그 상황이 맞든지 안 맞든지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안녕하세요’, 또는 ‘맛있게 드세요’ 등 상황에 맞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이 청년처럼 ‘저는 중국사람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분명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고 자신이 공부한 것을 직접 적용해 보느라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았다.

 

반면에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한 사람들도 있다. 일본음식점에서 식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우리에게 오더니 ‘치워도 될까요?’라고 정중하게 물었다. 한국에서 고급 과정을 이수한 학습자 또는 한국어능력시험에서 6급을 통과한 학습자들도 구사하기 어려운 실생활 표현이기에 순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홍콩 시민들의 이 문화적 수용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오랜 식민지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융통성 있게 생존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평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홍콩 정부의 CEF(Continuing Education Fund) 제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홍콩 시민(성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CEF는 평생 25,000 홍콩 달러의 예산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교육 과정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어교육 현장에 나이가 지긋한 학습자가 앉아 있는 모습은 홍콩에선 흔한 일이다. 

 

CEF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시민들

이렇듯 내가 살고 있는 이곳 홍콩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 나라의 문화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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