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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슬기로운 홍콩 생활] 홍콩 도로와 거리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 위클리홍콩
  • 등록 2023-06-30 10:32:30
  • 수정 2023-07-14 1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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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도시 이름이나 거리 이름을 지을 때, 역사적 배경이나 지역 특징을 반영하여 짓는다. 세계화가 되면서 영어 이름도 함께 표기되고 있는데 보통 그 나라의 언어를 영어로 음역(비슷한 발음으로 표기)하여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경우 조금 다르다. 홍콩은 영국 식민 지배라는 특수한 역사 때문에 상당수의 지명과 거리명이 영어로 먼저 지어졌고, 이후 영어 원음과 유사한 발음으로 광둥어로 표기됐다. 여기에는 식민 지배 시대에 영어와 광둥어 이름을 유사하게 하여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로빈슨 로드(Robinson Road, 羅便臣道), 모리슨 로드(Morrison Road, 摩理臣山道) 등이 있다. 

 

영국 식민 지배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에 따라 홍콩에서도 만다린이 상당히 보급됐다. 그렇다고 한자로 표기된 광둥어 이름들을 만다린으로 읽으면 영어 원음과 발음이 달라져 어느 지명을 말하는지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광둥어에는 표준 중국어인 만다린에는 부재한 발음, 예를 들어 –p, -t, -k와 같은 입성 발음들이 있어서, 만다린보다 영어 원음에 더 가깝게 발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광둥어 이름들이 영어 원음에서 음역된 것은 아니다. 일부는 발음에서는, 일부는 뜻에서 따와 표기된 이름도 많다. 예를 들어, 사잉푼에 위치한 호스피탈 로드(Hospital Road)는 병원이란 뜻을 그대로 한자로 표기해 ‘병원도(醫院道)’라고 지었다. 

 

영어 이름과 전혀 무관하게 광둥어 이름을 짓기도 한다. 피크에 있는 거버너스 워크(Governor’s Walk)는 관원과 백성이 함께 기쁨을 나눈다는 사자성어인 관민동락(官民同樂)에서 따와 ‘동락경(同樂徑)’이란 좋은 뜻을 가진 이름으로 지었다.

 

그렇다면 홍콩 거리명들은 처음에 어떻게 지어졌을까? 아편전쟁 직후인 1841년부터 홍콩이 일본에 점령당하기 전인 1930년대 말까지, 홍콩을 식민 지배하던 영국은 홍콩 거리 건설에 힘을 쏟았다. 당시에 지어진 수많은 도로와 거리들은 여느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처럼 홍콩을 통치했던 당시 영국의 총독이나 관료들의 이름이나 영국의 지명 또는 거리에서 많이 따왔다. 홍콩섬을 가로지르는 데보 로드(Des Voeux Road)와 구룡반도 주요 도로인 네이선 로드(Nathan Road)는 홍콩을 통치했던 총독들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카우룽통의 옥스퍼드 로드(Oxford Road), 홍함의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는 영국의 지명과 거리명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이 같은 이름은 홍콩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중국 대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 현상이다.

 

때로는 광둥어로 음역했을 때 의미가 좋지 않다거나 영어 이름의 뜻이 좋지 않을 경우, 아예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쩡관오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원래 쩡관오의 영어 이름은 정크보트가 많은 해안가라하여 정크 베이(Junk Bay)였는데, Junk가 쓰레기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다 실제로 옛날에 쩡관오에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해져 쉽게 말해 영어 이름이 ‘땅값’을 떨어트렸다. 그래서 Junk를 음역한 将军(장군이란 뜻도 있다)과 Bay 뜻하는 澳를 합친 광둥어 이름을 역으로 다시 영어로 음역하여 오늘날 쩡관오(Tseun Kwan O)란 이름을 가지게 됐다. 

 

몽콕의 광둥어 이름을 보면 발음이 몽콕보다는 웡콕(Wong Gok)에 가까운데 왜 몽콕이라고 할까? 여기에서도 몽콕의 이름 개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몽콕(Mong Kok, 旺角)의 옛 광둥어 이름은 원래 억새가 많이 자란다하여 억새의 뜻하는 芒角이였고 이때 광둥어 발음을 음역해 영어로 몽콕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1930년에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芒를 번영을 뜻하는 旺으로 바꾸면서 광둥어 이름이 지금의 웡콕(旺角)이 되었고, 영어 이름은 원래 이름 그대로 몽콕으로 남게 되었다. 

 

드물지만 영어나 광둥어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언어나 이름에서 유래된 거리명도 많다. 판링에 위치한 다우양 로드(Daoyang Road, 道揚道)는 중국의 저명한 농업 경제학자이자 중문대학을 공동 설립한 凌道揚의 이름에서 따왔고, 샤틴의 윧민췬 스트리트(Jat Min Chuen Street, 乙明村街)는 객가 출신이자 Hong Kong Housing Society를 창립한  Tan Jat Min의 이름에서 따왔다. 

 

타이탐의 부아비스타(Boa Vista), 몽콕의 브라가 서킷(Braga Circuit), 셩완의 로자리오 스트리트(Rozario Street) 등 포르투갈어에서 유래됐으며, 폭푸람의 세쓴 로드(Sassoon Road)는 유대계 재벌가이자 사업가였던 Victor Sassoon의 이름에서, 몽콕의 카투리 애비뉴(Kadoorie Avenue)는 홍콩 전력 회사 CLP그룹과 패닌슐라 호텔을 소유하던 유대인 출신 Kadoories가의 이름을 따왔다. 

 

이외에도 페르시아, 스코틀랜드, 인도 등 다른 나라 단어나 이름에서 유래된 거리명을 홍콩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나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게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해외 지명이나 외국어에서 이름을 따와 이름을 많이 짓고 있다. 신도시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신계 지역에 산타모니카 에비뉴(Santa Monica Avenue), 산 시메온 애네뷰(San Simeon Avenue), 체르마트 애베뉴(Zermatt Avenue), 라피트 애베뉴(Lafite Avenue) 등 스페인어, 불어, 독어 등 이름들이 붙여지고 있다. 

 

다음회에 ‘홍콩 거리명에 숨겨진 이야기 이모저모’를 이어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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