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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나라 이집트 여행기 (9)
  • 위클리홍콩 기자
  • 등록 2005-10-14 17: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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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8호, 10월14일] 동트기 전에 오늘이 벌써 이집트 여행한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여독이 점점 쌓여간다. &nbs..
[제98호, 10월14일]

동트기 전에

오늘이 벌써 이집트 여행한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여독이 점점 쌓여간다.  아스완에 있는 멋진 호텔에서 자는둥 마는둥 우리는 새벽 3시에 모닝콜을 받고 준비하고 로비로 내려가니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어제 저녁, 아부심벨에 가야하니 아침 도시락 준비해 달라고 식당에 일러놨더니 뭘 그리 많이 넣었는지, 큰 쇼핑백 반이나 차 있다.  여명이 밝아오기 전, 어둠은 가장 깊다고 했던가?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그 깊은 어둠과 적막함 속에 나와 어린 서진이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나갔다.  서진이는 걸으면서도 졸고, 앉기만 하면 잤다.  뭐라고 한 마디만 하면 바로 짜증이 화살이 되어 되돌아 왔는데, 어린아이 데리고 이렇게 강행군까지 해가며 여행을 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우리를 데리고 아스완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던 택시기사가 우리를 버스 있는 곳 까지 데려다 줬는데, 버스는 예약된 여행객들을 태우기 위해 아스완에 있는 호텔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버스에는 한국인 두어 팀과, 일본인 두어 팀, 그리고 세상 끝 여기저기서 온 인종들이 마구 뒤섞여 마치 비빔밥과도 같았다.
  우리 비빔밥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아부심벨]은 [아스완]에서 남서쪽으로 280Km 되는 곳에 있다.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고속도로로 3시간을 달려야 하는 곳이다.  버스가 어둠을 뚫고 사막 속으로 계속 달리기를 한시간 쯤, 사막의 해돋이가 시작되었다. 장관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사막은 떠오르는 태양을 겸허히 맞고 있었다.
  사막의 도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달려 버스는 아침 7시 가까이 되어 '아부심벨'에 도착했다.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각자 짐을 챙겨들고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붉은 태양은 여전히 눈이 부시다.


람세스 신전이 있는 아부심벨

  30 이집션 파운드나 되는 입장료를 내고 10분 남짓 걸었다.  잠시 후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 세 개가 3,200년 전에 만든 석조 신전에 앉아 20세기의 인조호수 낫세르 호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부심벨은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왕이며 태양의 아들로 자처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자신의 위대함을 기리기 위해 세운 신전이다.  이 신전은 바람에 날려 온 모래에 파묻혀 있다가 1817년에 발견되었다.  
  그러나 1963년, 대대로 빈곤에 시달려온 이집트인들이 아스완댐 건설로 경제부흥을 꿈꾸며 만든 인공호수 '낫세르'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한 이 신전은 전 세계 50여 개국의 기술자들로 구성된 유네스코(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작업반이 바위산을 깎아서 만든 대 신전을 원래 자리에서 70미터 위쪽으로 옮겨 놨다. 그러자 이집트인들은 이를 '신전의 수호신인 태양의 신 아몬의 기적'이라고 감탄했다.
  자신의 후손들에게 버림받은 람세스2세는 그야말로 4년 동안에 걸친 유네스코의 헌신적인 노력과 현대공학으로 덕으로 다시 살아남아 그를 보기 위해 이역만리 달려온 사람들과 매일매일 만나고 있다.
  신전 건물의 정면에는 높이가 20미터나 되는 4개의 거대한 람세스 2세 좌상이 조각되어 있다. 조각상 위에는 위대한 파라오들의 이름이 조각되어 있고, 일출을 상징하는 조각이 머리 부분에 장식되어 있다. 또 람세스 2세의 좌상 발 부분에는 왕가의 사람들이 작게 조각되어 있다. 그러나 좌상들 중 하나가 부서져 내려 람세스의 머리가 땅에 뒹굴고 있었다. 가장 높이 추앙받고 싶어 했던 람세스2세가 가장 낮은 땅으로 내려앉아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을까?  떨어져 내린 람세스상의 귀 크기가 서진이의 키 만했다.  거기서 기념촬영을 했다.   찰칵!! 찰칵!!



  대신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지기 아저씨한테 '생명의 키' <앙크>를 빌려 사진촬영을 했다. 아저씨의 표정이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8개의 큰 기둥들이 늘어선 방에는 오리시스신의 모습을 한 람세스 2세의 상이 조각되어있고, 천정에는 별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 벽에는 파라오로서 용감했던 람세스의 치적이 아름다운 그림과 상형문자로 기록되어 있다.  기원전 몇 천 년 전의 고대에 그려지고 새겨진 그림들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사실적이다.
4개의 작은 기둥들이 늘어선 방에는 신에게 공물을 바치는 람세스 2세의 릴리프가 장식되어있고, 홀은 신들과 람세스 2세의 상이 있는 지성소라고 한다.  이곳에서 역시 사진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같이 왔던 한국 대학생들이 몰래몰래 디카를 들이대다가 적발돼 망신을 당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은 규정정도는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기성세대도 아닌 어린 학생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니 입가에 쓴 웃음이 맴돈다.
  람세스 대신전 우측 50미터에는 람세스 2세의 아름다운 부인, '네페르트아리' 왕비를 위해서 지어진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아부심벨 소신전'이라고도 하고, '네페르트아리'신전이라고도 부른다.
'네페르트아리'신전은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하트홀'을 기리는 신전을 겸하고 있다. 왕비의 아름다움과 왕비에 대한 람세스 2세 왕의 사랑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신전이다.  람세스 2세의 지극한 사랑을 받은 여인 '네페르트아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전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조용히 어둠을 만나던 태양이 다시 강렬한 빛을 발하며 공격적으로 우리 내리쬐고 있었다.  아, 이 햇빛은 정말이지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맥을 탁 풀리게 한다.
  호텔로 돌아가 짐을 꾸린 다음, 다시 밤 기차를 타고 길을 떠나야 한다.  방랑인의 길은 고달프고 또 끝이 없다.  

* 위클리홍콩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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