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지기 -


홍콩한인사회에 선거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초의 재외국민투표가 4월에 있을 예정이고, 이제 곧 8년만에 치러지는 홍콩한인회장 경선도 있다.

 홍콩한인회장 경선의 경우 유권자가 1500-1600명 밖에 안되는 소수라지만 아무래도 한인사회의 대표를 뽑는 선거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뜨거운 선거전이 진행 중인 듯 하다. 더구나 양측 후보자들의 경력이 만만치 않고 세번 째 재도전하는 후보도 있어 큰 변화없이 조용한 한인사회에 핫이슈로 떠오를만 하다.

홍콩에서 20여 년을 산 교민으로서, 그리고 한인회에 관심이 있는 한인회원 중 한 사람으로서 한인회장단은 이런 사람으로 구성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을 하면 좋겠다 하는 바램을 써 보고자 한다.


첫째, 홍콩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과 회장단은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물론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훌륭한 분들이 회장단이 되겠지만 이전에 가졌던 자신의 직함이나 명성은 잠시 내려놓고 진심으로 손이 필요한 곳을 찾아 다니며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봉사의 준비가 된 사람이면 좋겠다. 서울에서 어떤 명함을 받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이 있다. **회 회장, 00회 부회장, @@단 부단장 … 직함이 너댓개 박힌 금박명함이었다. 제대로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은 이 단체 저 단체 모두 걸쳐놓은 꼴불견이나 봉사해야 할 단체장 자리를 개인의 명예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둘째, 한인사회에 대한 전문가들이면 좋겠다.

그저 내가 회장이 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큰 규모의 살림을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전문성 있게 해 나갈 경험 많은 전문가들이 한인회를 이끌어 가길 바란다. 한인회는 현재 한국국제학교의 실질적 운영과 토요학원학생 500여명의 관리 뿐아니라 1500명이 넘는 회원관리, 의료보험사업, 학교발전을 위한 자금확보, 두어 달 간격으로 치러지는 이런저런 이벤트 등, 그 하는 일의 규모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한인회장단 임기는 2년으로 우왕좌왕 기초부터 배워가며 일해 나가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그래서 한인회 안에서 낮은 자리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워 온 연속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선거가 끝나도 자신들이 내놓은 공약은 책임지고 실천하는,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면 좋겠다.

한국의 선거판도 마찬가지지만 한인회장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있다. 의례히 한국국제학교의 발전과 한인사회 복지, 교민화합 등은 기본이고 이런저런 선심성 공약도 있게 마련인데 그 흐름은 홍콩뿐 아니라 한인회장선거가 있는 곳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요즈음의 유권자들은 매우 똑똑하다. 누가 어떤 공약을 내세웠나 보다는 누가 그 공약을 지킬 사람인가를 따져 본다. 평소 약속을 잘 지켜온 신뢰할 만한 사람, 여러가지 공약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만한 건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 한인사회에 애정을 가지고 자신을 헌신하며 실질적으로 봉사해온 사람이 그 대상이다.


넷째, 건전한 경쟁을 하는 사람들이면 좋겠다.

홍콩한인사회는 교육, 재정, 화합 등 어느 면으로 보나 수준 높은 동포사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높은 평가에 의식수준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장선거의 판도가 흑색선전에서 갈렸다고 한다. 유포하는 그 일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대방을 깍아내려 표를 모으려는 측은 능력과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좁은 한인사회에서 누군가를 비방하는 말이 떠돈다면, 아니면 말고 식의 네가티브 전략을 사용한다면, 그 선거는 결과와 상관없이 홍콩한인사회의 수준을 평균이하로 추락시키는 저질선거가 될 것이다. 더구나 표를 돈으로 사려는 시도가 있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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