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향유기
-
[홍콩 영화향유기] 홍콩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둑들
Pont des Arts 위 한 남자가 캐리커처를 받고 있다. 그는 화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물은 후 자신만만하게 제 이름을 이야기한다. 담배 연기와 함께 강바람에 흩날리는 물결 진 긴 머리에 가죽 재킷과 스카프를 걸친 그의 이름은 제임스, 바로 장국영이다. 는 고아 시절부터 사부(증강 분) 아래서 함께 자란 아해(주윤발 분)와 홍두(종초홍 분...
-
[홍콩영화향유기] 발 없는 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4월 16일 오후 3시, 당신은 나와 함께 했어. 당신 덕분에 난 그 1분을 기억할 거야.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나는 이 1분을 지울 수도 없어. 그건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으니까." 잘생겼는데 성격은 나쁜 남자 vs 못생겼는데 다정한 남자. 희대의 밸런스 게임이다. 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아비는 전자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평범할...
-
[홍콩영화 향유기] 당연함과 당연하지 않음, 그 사이의 시간
이아림로저(유덕화 역)의 집안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일해 온 아타오(엽덕한 역)는 로저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이 샌프란시스코로 이민을 갔음에도 로저가 홍콩에 남아 있는 한 집을 지키고자 한다. 집안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로저를 반기며 밥을 차려주는 아타오의 역할은 그렇게 유지되는 듯 보인다. 마치 엄마처럼 로...
-
[홍콩영화향유기] 관객과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 이를 반복하기.
작가 이아림1990년대에는 의 촬영이 너무 늘어지자 배우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할 수 없어 기분 전환 차원으로 찍었다던 영화 가 있다면, 2000년대에는 유사한 패턴으로 이 제작되는 동안 만든 영화 이 있다. 배우들은 예정에도 없던 영화를 찍게 된 셈인데, 직업으로서 배우는 연기를 한다는 것이 곧 자신의 일이기에 휴식을 위해 영화를 찍...
-
[홍콩영화향유기] 글로리와 해피니스 사이, 그 어딘가
비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의 꿈이 짧게 지나간다. 이윽고 그 남자는 땀을 흘리며 요란하게 깬다. 그러고는 을 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알 법한, 선글라스를 낀 채 담배를 문 주윤발의 모습이 등장한다. 마크와 아호는 위조지폐로 수익을 내며 조직의 일원으로서 어둡다면 어둡고, 화려하다면 화려하게 생활한다. 조직을 이끄는 아호는...
-
[홍콩영화향유기] 쿵푸에 취하고, 웃음에 취한다
1978년 개봉한 은 성룡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큰 흥행을 이룬 작품으로, 주인공인 ‘황비홍’(성룡 분)이 무림 고수 ‘소화자’(원소전 분)을 만나 술을 마시고 취한 채로 상대의 허점을 공격하는 무술인 취권을 터득하여 악명높은 살인 청부업자 ‘염철심’(황정리 분)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이연걸 주연의 이...
-
[홍콩영화향유기] 홍콩 거리를 거닐며 마주한 사랑의 순간
작가 이아림 아라이(장학우 역)과 아이렌(탕웨이 역)은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 어른들은 둘의 관계가 진전되길 기대하는 눈치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각자의 옆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기 때문이다. 아이렌은 감옥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남자친구와 다시 함께 살 날을 ...
-
[홍콩영화향유기] B급과 S급의 경계에서
글쓴이: 박시원 ‘올스타전’이라는 말은 단지 스포츠계에서나 쓰이는 말이 아닌 듯하다. 는 유진위 감독, 왕가위 제작의 B급 코미디 영화로 그 시절 홍콩 영화를 이끌어갔던 톱 배우들과 톱 제작진이 총출동하여 만든, 그야말로 올스타(All-Star) 영화이다. 관객은 장국영, 임청하, 왕조현, 양가휘, 양조위, 장만옥, 장학우, 유가령을 한 ...
-
[홍콩영화향유기]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자세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만의 자세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重慶森林, 1994년작 김수진 중경삼림은 사랑에 관한 영화다. 사랑에 관한 영화. 이보다도 추상적인 일곱 글자가 더 있을까. 더 풀어보면, 사랑이 끝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 연인을 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이는 영화다. 영화에 나오는 두 남자 인물은 모두 연인에게...
-
[홍콩영화향유기] 뻔해도 끌리고야 마는 누아르 로맨스의 정석, <천장지구>
뻔해도 끌리고야 마는 누아르 로맨스의 정석, 작가 임나은극 중 주인공 아화는 소위 말하는 ‘하류 인생’을 살고 있다. 오토바이를 즐기며 불량배들과 경주를 벌이거나 시내로 나가 한바탕 난동을 피우고 오는 것이 일과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외골수답게 큰형님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